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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경제읽기/공종식]추수감사절과 왕창 세일

입력 | 2006-11-21 02:56:00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23일) 다음 날부터 백화점과 할인점이 일제히 세일을 시작한다. 월가에서는 이날부터 쇼핑 인파가 몰려들어 유통업체의 재무제표가 흑자로 돌아선다고 해서 ‘검은 금요일’이라고 부른다. ‘검은 금요일’에 할인된 물건을 한 아름 산 뒤 만족스러워하고 있는 미국 여성들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쇼핑족은 벌써부터 24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추수감사절(11월 23일·목요일) 바로 다음 날인 이날 파격적인 할인판매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쇼핑족은 이날 새벽부터 ‘미친 듯이’ 백화점과 할인매장 등으로 돌진해 물건을 싹쓸이한다. 할인 폭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전날부터 몇 시간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다. 평소에는 양보심도 많고 점잖던 미국 아줌마들도 이날만큼은 좋은 물건을 먼저 집기 위해 과격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건을 두고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월가에서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을 ‘검은 금요일(Black Friday)’이라고 부른다. 연말 쇼핑 시즌이 공식 시작되는 이날부터 쇼핑 인파가 몰려들면서 유통업체들의 재무제표가 흑자로 돌아선다는 의미다.

검은 금요일의 상징성 때문에 월가는 이날 쇼핑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백화점과 할인매장 등의 연말 판매 실적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 뉴욕증시도 검은 금요일 실적이 나오기 전까지는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대체적 예상.

그렇다면 ‘검은 금요일’이 지나가면? 미국에서 쇼핑은 절대 중단되는 법이 없다. 유통업체들은 이후에도 ‘애프터 추수감사절 세일’ ‘크리스마스 세일’ ‘크리스마스 이후 세일’ ‘정말 마지막 세일’ 등의 문구를 동원하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집에 배달되는 신문에 삽입되는 광고 전단의 무게는 무거워진다.

마케팅만 앞서는 것이 아니다. ‘지갑이 두툼하다면’이라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미국만큼 쇼핑하기 좋은 곳도 없다. 백화점도 최고급을 다루는 곳부터 저가품을 다루는 곳까지 다양하다. 전자제품, 장난감, 그릇, 가구 등 품목별로 전문 유통업체가 다양한 제품군을 매장에 전시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는다. 돈이 있으면 소비하지 않고 견디기 어려운 곳이 미국이다. 이 같은 소비 붐을 못마땅해 하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 미국 소비는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까지 지켜 온 주요 버팀목이다.

한국은 몇 년째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부 소비 여력이 있는 계층조차 지갑을 닫고 있어 더욱 문제다. 내수가 침체되면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 한국 부자들이 지갑을 열게 할 방법은 없을까?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