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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서예가 일중 김충현 선생

입력 | 2006-11-21 02:56:00


서예가 일중 김충현(사진) 선생이 19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85세.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동학교 재학 중인 1938년 동아일보가 주최한 조선남녀학생작품전에서 최고상을 받으면서 서예의 길로 들어섰다. 독학으로 한글 서체를 익혀 21세 때인 1942년에 위당 정인보 선생이 서문을 써 준 ‘우리 글씨 쓰는 법’을 펴냈고 훈민정음 고판본을 기초로 한글고체를 창안했다.

광복 이후에는 소전 손재형(1903∼1981) 선생과 함께 한국 서단을 이끌었다.

경복궁의 ‘건춘문’ 현판 글씨를 비롯해 서울 남산 안중근 동상 글씨와 충남 아산의 충무공 기념비 글씨, 서울 탑골공원의 3·1정신찬양비문,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묘비 글씨 등 700여 점의 비문을 남겼다. 삼성그룹 옛 로고인 한자 ‘三星’, 아모레퍼시픽의 상표 ‘설록차’ 글씨도 그의 작품이다.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1957년), 동방연서회 이사장(1958년), 한국서예가협회 이사장(1974년), 대한민국예술원 미술분과 회장(1986년)을 지냈으며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예술원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후진 양성에 매진해 수많은 제자를 길렀으며 여초 김응현, 백아 김창현 등 고인의 동생들도 서예계의 대가로 유명하다. 고인은 1990년대 말 이후 파킨슨병으로 투병 생활을 해 왔다.

유족은 부인 송용순(85) 씨, 아들 김재년 코리아에어텍 사장, 딸 김단희(서예가) 김봉희 씨가 있다. 빈소 서울대병원, 발인은 23일 오전 9시. 02-2072-2091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