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것의 용도다.
술 먹을 때, 택시 타고 돈이 없어 잠깐 집에 들어갔다 올 때, 경찰이 불심검문할 때, 은행계좌를 만들 때, 도서관에서 책 빌릴 때, 당구 치고 돈이 없을 때…. 참 쓰임새가 다양하다.
이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주민등록증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 가운데 주민등록증만큼 삶의 애환이 담긴 물품이 있을까. 처음 받았을 때 꼭 어른이 된 것처럼 좋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1968년 11월 21일은 전국에 주민등록증이 처음 발급된 날이다. 이날 동아일보 사회면을 보면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자하동(지금의 청운동) 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사진과 함께 발급 안내 기사가 실려 있다.
“21일 아침부터 전국적으로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기 시작했다. 만 18세 이상(군인 제외)의 국민으로 주민등록을 마친 1574만4086명에게 발급되는 주민등록증엔 평생 동안 간직할 일련번호가 적혀지는데….”
당시 주민등록증 앞면에는 사진, 이름,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본적, 호주 성명, 병역 및 특기번호가 들어갔고 뒷면에는 주소, 직업, 지장(指章)이 들어갔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신분증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조선시대에 16세 이상의 남자가 차던 길쭉한 호패가 지금의 주민등록증이나 마찬가지다.
근대적인 의미의 주민등록증 역사는 1950년 6·25전쟁 무렵으로 올라가야 한다. 당시 경찰서에서 시·도민증을 발급했다. 여기엔 출생지나 주소는 물론이고 신장, 체중, 혈액형까지 적게 돼 있어 개인 신상명세서 같았다.
1962년 주민등록법이 만들어지고 1968년 주민등록증이 처음 생겼다. 지금의 주민등록증과는 많이 달랐는데 우선 가로가 아닌 세로 형태였고 번호는 12자리였다.
예를 들어 110608-100373이라고 하면 11은 서울, 06은 서대문구, 08은 충정로3가, 373은 373번째 등록했다는 뜻이었다.
1975년 3차 개정 때는 주민번호가 13자리로 바뀌었고 발급 대상자 연령도 18세에서 17세로 낮춰졌다. 지금과 같은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이 탄생한 건 1999년이다.
행정자치부에서 최근 전자 칩이 들어있고 영문 이름까지 적힌 새 주민등록증 발급을 추진하고 있다니 주민등록증의 진화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