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년 미국 남성이 집 근처의 DVD 매장을 찾았다.
“‘아키라’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찾는데요.”
점원은 고개를 저었다. 이 매장에는 ‘아키라’가 없었다. 과거라면 이 남성은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에 항공우편을 보내 한 달 이상을 기다리든지, 아니면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DVD를 파는 ‘아마존’ 사이트에 접속했다. ‘아키라’를 쳤더니 이 DVD 외에도 같은 이름의 원작 만화책과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함께 추천됐다. 가격도 동네 매장의 DVD 평균가보다 쌌다.
‘롱테일 경제학(사진)’에 등장하는 저자 크리스 앤더슨의 체험담이다. 롱테일(긴 꼬리)이란 상품 판매 곡선에서 판매량이 적은 상품들이 만드는 긴 꼬리 모양의 완만한 곡선을 뜻한다. 히트상품이 못 된 틈새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이 틈새상품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인터넷 덕분이다. 아마존에서는 ‘아키라’같은 소수 취향의 제품이 전체 매출의 30%에 이르고 온라인 음악판매회사 ‘랩소디’에서는 판매순위 2만5000∼10만 등까지의 비인기곡이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파레토 법칙’이라는 이론이 있다. ‘80/20 법칙’이라고도 불리는데 매출의 80%는 20%의 히트상품이 만들고, 생산량의 80%는 20%의 핵심 사원이 이뤄낸다는 이론이다. 지금까지 기업은 이 법칙대로 운영됐다.
하지만 ‘롱테일 경제학’은 80%의 틈새상품이 이 법칙을 뒤흔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