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가곡과 현대음악의 만남’을 공연하는 국악인 이아미 씨. 동아일보 자료 사진
“우리의 정가(正歌)는 전통악기와 같이 공연할 때와 다른 장르를 만날 때 전혀 다른 느낌을 풍깁니다. 특히 현대 연극이나 무용, 퍼포먼스와 함께 어우러지면 무척 현대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아름다운 젊은 가객 이아미(30) 씨. 그녀는 요즘 전통 정가(시조, 가사, 가곡)뿐 아니라 연극과 무용 등 장르를 넘나들며 무대를 휘젓고 있다.
그는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한국무용가 김매자 씨와 프랑스 현대무용가 카롤랭 칼송 씨가 공동 안무한 무용 ‘느린 달’에 출연했다. 백인과 흑인, 동양인 무용수가 섞인 무대에서 이 씨는 맑고 처연한 미성으로 구음(口音·가사 없이 목소리로 악기의 음을 흉내내는 소리)을 넣으면서 무용수들과 호흡했다. 6월에는 국제즉흥페스티벌에서 ‘충돌과 소멸’에 출연했고 국제현대무용페스티벌 개막작인 ‘매스미디어’에도 참여했다.
“조선시대 전통 성악곡이었던 시조나 가곡, 가사는 판소리처럼 표현이 강하거나 직접적인 음악이 아닙니다. 대신 높은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절제미가 아름다운 음악이지요. 단순한 선율의 아름다움이 현대적인 작품과도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씨는 28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DS홀에서 ‘여창가곡과 현대음악의 만남’이란 타이틀로 개인발표회를 연다. 이 음악회에서는 6명의 국내 중진 작곡가가 창작한 현대음악이 발표된다. 이 씨는 대금, 라이브 전자음향, 클라리넷, 첼로, 판소리, 무용음악 등 동서양의 다양한 악기와 어우러지는 전통 정가의 음악을 들려줄 계획이다.
이 씨는 “무대에서 움직이는 무용수나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즉흥적으로 구음을 넣다 보면, 다른 장르와 자유롭게 소통하는 국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1만 원. 02-701-4879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