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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홈]꿈의 디지털 아파트 현실로

입력 | 2006-11-23 03:00:00

삼성 래미안 CF모델인 장서희 씨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물산건설부문 주택 문화관에서 ‘맞춤거울(fitting mirror)\'을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물산건설부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개발 중인 ‘전자 테이블(e-table)’. 휴대전화에 담긴 동영상과 사진 등 각종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다. 사진 제공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대림산업 시험동의 ‘창호 부착식 태양광 발전시스템’. 미래형 에너지 절약주택인 ‘패시브 하우스’에 쓰인다. 사진 제공 대림산업


《2010년 7월 서울의 한 아파트.

신혼인 주부 A 씨가 현관 앞에 섰다. 핸드백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더니 액정화면에 뜬 방문자 기록을 살펴본다. 집 안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입력해 문을 연다.

거실로 간 A 씨가 앞쪽 벽을 향해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자 느닷없이 벽지가 사라지고 TV 화면이 뜬다.

벽에서 에어컨처럼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얘기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80% 이상 기술개발을 끝낸 디지털 주택의 4년 뒤 모습이다.

최근 건설업체들이 주택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디지털 주택과 환경기술을 응용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와 같은 첨단주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디지털 주택에선 맞춤거울로 코디를

삼성건설은 올해 5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하우징 프레임워크’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하우징 프레임워크란 가전 기구를 하나로 통합해 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앞선 가상의 상황에 등장하는 휴대전화도 통합 소프트웨어를 통해 현관의 전자태그(RFID)칩에서 출입자 기록을 읽어 들인다.

디지털 주택의 또 다른 볼거리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이 현란한 공중 손동작으로 화면을 조작하는 것처럼 옷장에 부착된 맞춤 거울(Fitting Mirror)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날씨, 체형 등에 맞춰 최상의 코디를 영상으로 보여 주는 맞춤 거울은 지금도 키패드로 조작이 가능하지만 손동작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다.

삼성건설 전기 ENG팀의 주재훈 과장은 “화면에 직접 손을 대야 하는 터치스크린은 거울에 손때가 묻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것 같은 동작인식 센서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히터와 에어컨 없이도…

대림산업이 지난달 언론에 공개한 패시브 하우스도 앞으로 각광받을 첨단 주택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패시브 하우스는 석유 가스 등 화석 연료를 쓰지 않고 지열(地熱)이나 태양열과 같은 자연 에너지로 냉난방을 할 수 있는 주택을 말한다. 1년 동안 필요한 에너지의 양이 등유로 치면 3L에 불과해 ‘3L 하우스’로 부르기도 한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지열을 파이프로 끌어올려 지상 열교환기를 통해 냉난방을 하기 때문에 에어컨과 히터가 따로 필요 없다. 거실의 삼중유리창과 벽면의 고성능 단열재는 집 내부의 온도를 외부에 빼앗기지 않도록 한다. 각 가구의 발코니에 설치된 전열교환기는 실내의 미세먼지를 밖으로 내보내는 동시에 단열효과를 크게 높인다.

패시브 하우스는 2012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이에 앞서 내년 4월 입주하는 대구 수성지구 대림 2차 아파트부터 관련 기술을 일부 선보일 계획이다.

○ 한번 지으면 100년 가는 아파트

최근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을 강력히 규제하자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리모델링으로 수명을 늘려 50∼100년을 사용할 수 있는 장수명(張壽命)아파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아파트는 내부 구조를 바꾸기 힘든 기존의 벽식 아파트 구조에서 벗어나 거주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내부 벽체나 설비시스템 등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장수명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편하도록 건축자재를 쉽게 분리할 수 있으면서도 내구성을 유지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GS건설 상품개발팀 박영보 과장은 “최근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건설 폐기물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며 “장수명 아파트가 실용화되면 이 같은 친환경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