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22일에도 무산됐다. 한나라당의 반대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국회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소관부처 예산 심의만 하고 끝났다.
이 내정자에 대한 경과보고서 채택 기한은 23일이지만 이날은 상임위가 열리지 않는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경과보고서는 21일로 이미 채택 기한을 넘겼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을 해 오면 20일 이내에 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도록 돼 있다.
정부는 기한을 10일 연장해 다시 경과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한나라당의 반대가 완강해 그렇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기속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30일 기한이 되는 다음 달 초가 되면 대통령은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송민순 이재정 내정자 문제가 ‘제2의 전효숙’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국회의 동의를 못 받은 상태에서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일단 국회의 처리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송 내정자의 경과보고서 채택이 늦어지면 대통령의 순방 후 단행하려 했던 송 내정자의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후임 인선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내정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보다는 정쟁의 무대 역할만 한다는 점과 청문회 결과가 장관 임명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야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내용에 합의를 못해 국회 상임위가 끝내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으나 장관에 임명됐다. 이러다 보니 장관 내정자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의례’로 여겨 날카로운 질문은 피해 가고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