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이 잔뜩 슬어 움직일 것 같지 않은 외관에 안에는 나무 바닥이 깔린 낡은 전철.
한 가난한 철도회사의 눈물겨운 살아남기 노력이 전 일본을 감동시키고 있다. 화제의 회사는 지바(千葉) 현 조시((요,조,초)子)에 있는 조시전철. 이 회사는 1량짜리 낡은 전철 5대로 조시 시의 외곽지역 6.4km 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지은 지 90년이 넘은 창고 같은 작은 목조건물에서 직원 10여 명이 일하는 본사의 풍경은 회사 살림살이가 어떤 형편인지를 한눈에 보여 준다. 심지어 달력을 걸어 놓을 공간이 없어 천장에 붙여 놓았을 정도다.
사장을 포함한 직원들의 월급은 간신히 생계를 유지할 수준이지만 철마를 달리게 하겠다는 열의만은 뜨겁다.
1923년 설립된 조시전철은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경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적자에 허덕이던 이 회사는 10년 전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 과자의 일종인 ‘센베’를 파는 부업을 시작했다.
철도 영업이 악화 외길을 걷다보니 지금은 센베 매출이 철도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철도 매출은 1억1500만 엔인 데 비해 센베 매출은 1.6배인 1억8000만 엔에 이른다. 조시 시민들이 철도회사를 살리기 위해 센베를 열심히 사 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조시전철은 최근 다시 사활이 걸린 위기를 맞았다. 법에 정해진 정기점검을 받을 돈이 없어 차량이 줄줄이 운행을 중단할 지경에 이른 것.
5대 중 1대는 이미 운행을 중단했고, 나머지 4대는 다음 달부터 내년 12월 사이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중 내년 4월이 검사시한인 3대에 들어가는 돈만도 1200만 엔. 대기업에는 푼돈이지만 센베를 팔아 간신히 철도를 운행하는 조시전철로선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이다.
조시전철의 임직원들은 고민 끝에 16일 “센베를 사 달라”는 긴급호소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들의 눈물겨운 호소는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조시전철의 센베 판매점 앞에는 센베를 한 아름씩 사가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오키나와(沖繩)에 이르는 전국의 철도 팬들에게서 20일까지 1000건이 넘는 주문이 쇄도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