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이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분원을 열 예정이다. 이 도시에는 소르본대 분교도 들어선다. 중국에는 파리의 복합문화공간인 퐁피두센터를 본뜬 ‘퐁피두 상하이’가 곧 착공된다. ‘문화 수출’에 힘을 쏟고 있는 프랑스의 의욕적인 계획이다.
프랑스는 ‘수출’하고도 남을 만큼 풍부한 문화유산을 소유한 문화 대국이지만 지금까지는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보여 주는 데 그쳤을 뿐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진 않았다.
프랑스 정부 대표단은 22일 루브르 박물관 분원 건립 협상을 위해 아부다비로 떠났다. 아부다비는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사디야트 섬을 문화·금융 중심지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행복의 섬’이라는 뜻의 이 섬에 세계적 문화시설을 지어 두바이의 쇼핑가로 몰린 외국 관광객을 빼앗아 오겠다는 생각이다.
루브르 박물관 분원 건립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아부다비는 이미 미국 구겐하임 재단과 미술관 건립 협정을 체결해 구겐하임 분원이 2012년 문을 연다. 이에 따라 루브르와 구겐하임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프랑스 예술계 일부 인사는 아부다비에 루브르 분원을 세우는 것에 눈살을 찌푸린다. 파리에 있는 작품을 대거 옮겨야 하는 것도 문제인 데다 전시 개념을 아랍 세계에 맞춰야 한다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비중을 차지하는 누드화나 기독교적인 작품은 전시할 수 없다.
이번 결정은 ‘문화적’인 결정이 아니라 ‘경제적인’ 배경에 의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에어버스의 A380 여객기를 가장 많이 주문한 에미리트항공이 최근 인도 시기가 연기됨에 따라 일부 주문 물량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최근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퐁피두센터의 분원을 상하이에 짓겠다는 ‘선물’을 안겨 주고 온 것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파리의 로댕 박물관도 남미의 경제 대국 브라질의 상파울루에 곧 분원을 연다. 소르본대가 750년 역사상 처음 짓는 해외 분교 ‘소르본 아부다비’는 학생 1500여 명을 선발해 문학 철학 법학 등을 가르칠 예정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