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타이펑의 새우 딤섬 ‘샤런 샤오마이’. 새우를 이용해 연꽃 모양으로 만들었다. 원대연 기자
《자장면과 짬뽕. 중국음식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자장면과 짬뽕은 엄밀히 따지면 중식이 아니다.
자장면은 1905년 인천 차이나타운의 중국식당 ‘공화춘’에서 만들어졌다.
매운 맛의 빨간 짬뽕 역시 1899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하얀 짬뽕’의 한국 버전이다. 즉 ‘중화요리’란 간판을 단 중국식당이 한국에서 현지화한 음식이 자장면과 짬뽕이다.
21세기 들어 중국 요리의 진화가 활발하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메뉴가 속속 선보인다. 참살이(웰빙) 열풍을 반영해 저칼로리 저지방 조리법이 각광받는 추세다.
1992년 한중 국교정상화 이후 중국 현지에서 다양한 정통 요리를 경험한 사람들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고객들이 획일화된 중식보다는 전문적이고 특화된 맛을 원하기 때문이다.》
○ 중식의 춘추전국시대
대개 중국 4대 요리로는 베이징(北京), 쓰촨(四川), 광둥(廣東), 상하이(上海) 요리를 친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 최초의 4대 지방요리는 청나라 초기에 형성된 산둥(山東), 쑤저우(蘇州), 광저우(廣州), 쓰촨 요리였다. 청나라 말에는 저장(浙江), 푸젠(福建), 후난(湖南), 안후이(安徽)가 ‘신(新) 4대 요리’의 고향으로 등장했다. 이 둘을 합쳐 중국 8대 요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거 정통 중식은 호텔에서 중국 본토나 홍콩, 대만, 싱가포르의 요리사를 초청해 개최하는 프로모션 행사에나 가야 맛볼 수 있는 ‘특별 음식’이었다. 지금은 지역별로 특화한 중식 레스토랑들이 저마다 독특한 스타일의 메뉴를 내놓는다. 상하이 스타일 ‘난샹’, 후난 스타일 ‘호접몽’, 쓰촨식 샤브샤브인 훠궈가 일품인 ‘불이아’….
호접몽에서는 한국 최초로 들여온 후난 요리가 눈길을 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고향인 후난 지방의 요리는 빨간 고추를 사용해 쓰촨식과 함께 매운 중국 요리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마늘, 파, 고추 등을 넣어 양념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 통하는 중국식으로 평가받는다.
후난 요리는 모든 육류와 채소류를 절인 후 건조시켜서 쓴다는 점이 특징. 중국 요리 가운데 비교적 기름을 적게 사용하며 찌거나 졸이는 음식이 많다.
호접몽의 김흥기 대표는 “쓰촨 요리는 산초 등 향신료를 많이 넣어 독특한 풍미와 함께 얼얼하고 아린 매운 맛인 데 비해 후난식은 두반장 소스를 바탕으로 고추를 많이 사용해 개운한 맛을 주는 것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50여 가지 후난식 메뉴 가운데 동룡숙초해(매콤한 꽃게 튀김), 라해선분사탕(해물뚝배기 매운탕), 두화어(검은콩 소스의 생선튀김) 등이 인기다.
○ 딤섬 전문점의 등장
한국의 만두나 찐빵과 비슷하게 생긴 ‘딤섬(点心)’ 전문점의 등장도 눈에 띈다.
딤섬의 본래 뜻은 ‘마음을 건드리다’ 또는 ‘마음에 점을 찍다’. 풀이하자면 ‘마음을 슬쩍 건드리고 갈 정도로 간단한 음식’이니 간식이나 디저트로 보면 된다. 중국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찻집에 모여 앉아 차를 마시면서 먹는 음식이다.
대만식 딤섬 전문 레스토랑 ‘딘타이펑’의 이명헌 대표는 “딤섬은 만두에 비해 조리법과 속 재료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모양에 따라 크게 바오(包), 자오(餃), 마이(賣) 등 세 종류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바오는 말 그대로 감싼다는 뜻으로 왕만두처럼 껍질이 두툼하고 대체로 둥글게 빚어서 감싼 딤섬. 자오는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피(껍질)가 얇은 딤섬이며 마이는 바오와 자오의 중간 형태.
딘타이펑의 대표 메뉴인 샤오룽바오(小籠包)는 5g의 얇은 만두피에 16g의 만두 속과 풍부한 육즙, 쫄깃한 껍질로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새우를 얹은 ‘샤런 샤오마이’, 돼지갈비를 얹은 계란 볶음밥 ‘파이구 딴판’ 등도 인기다.
이달 1일 문을 연 ‘얌 차이나’는 베이징, 상하이, 쓰촨, 광둥 등 중국의 사대천황 요리와 함께 40여 가지 홍콩식 딤섬을 즐길 수 있는 중식 레스토랑이다.
○ 저칼로리, 저지방 조리법
참살이 바람을 타고 저칼로리의 가볍고 담백한 요리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중식 조리법도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 소스를 사용하는 베이징식 조리법이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양소 파괴가 적은 광둥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광둥식은 해산물을 많이 사용해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면서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음식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소스와 양념을 약하게 쓰고 센 불에 빠르게 볶는다. 또 간을 싱겁게 하고 기름을 적게 쓴다.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호경전’의 조내성 주방장은 “광둥식 요리는 신선하고 담백하며 쫄깃함을 그대로 살려 낸다”고 설명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