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와인은 스테이크나 치즈와 같은 서양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하지만 ‘의외로’ 한국 음식과 궁합이 맞는 와인도 적지 않다.
요즘은 한식과 와인을 짝짓는 시도가 활발하다. 와인전문교육기관 ‘WSET’의 이인순 강사는 “와인과 음식이 서로의 맛을 최고로 끌어올리도록 하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에는 단맛이 나는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와인의 단맛이 맵고 짠 맛을 기분 좋은 수준으로 누그러뜨리기 때문이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신맛이 강한 와인과 잘 어울린다. 신맛이 음식의 느끼함을 없애면서 입안을 상큼하게 해 준다.
타닌 성분이 많이 들어 떫고 쓴 와인엔 부드럽고 담백한 음식이 적당하다. 타닌의 쓴맛에 짠맛이 더해지면 쓴맛이 더 강해지고, 기름기가 많은 음식과 어우러지면 금속 냄새가 느껴져 거북함을 준다. 여기에 와인이 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바디)까지 고려해 음식을 선택하면 최고다. 기름기가 많거나 양념이 강한 음식에는 가벼운 와인, 반대의 경우에는 무거운 와인을 고른다.
예를 들어 탕평채는 과일 향이 풍부하면서 달콤한 ‘게브르츠트라미네르’ 품종 와인이 조화를 이룬다.
향이 강한 자연송이구이엔 신맛과 단맛이 적당히 섞인 ‘리슬링’ 품종 와인이 좋다. 와인의 새콤달콤한 맛과 약간의 무게감이 흙냄새가 배어나는 자연송이구이의 향을 조절해 준다.
명절이나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는 전은 ‘또께 삐노’ 품종 와인을 곁들이면 느끼한 맛을 줄일 수 있다.
한방재료가 들어간 한방 닭찜에는 붉은 양파 빛이 감도는 ‘그르나쉬’ 품종 와인이 좋다. 잘 익은 살구향이 나는 그르나쉬는 달콤하지도, 쓰지도 않아 부드러운 닭고기의 맛을 살려준다.
고추장으로 양념한 삼겹살에는 쓴맛과 과일향이 어우러진 ‘시라’ 품종 와인을 권한다. 매운 고추장 양념 삼겹살의 맛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줄 것이다.
▽잠깐!=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다. 여기에 소개된 것이 정답은 아니다. 음식과 와인의 조합은 자신이 좋았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다만 손님을 초대했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경우라면 음식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이호갑 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