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는 2012년 이후 한국군과 미군이 별도의 지휘통제 시스템을 사용하면 지휘통제체계(C4I) 운용 과정이 더욱 복잡해지고 비효율적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 해병대참모대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25일 “현 한미연합 방위 시스템이 갖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대북(對北) 전쟁 억지력은 바로 C4I와 공군력의 우위”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1997∼2003년 미 국방정보국(DIA) 동북아시아 담당 선임분석관을 지내 미국 내 군사전문가 중에서도 한반도통(通)으로 손꼽히는 벡톨 교수는 자신의 발언은 미국 정부나 대학의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적 견해라고 전제하면서도 ‘군 지휘망에 대한 한미 양국 간의 이견’(본보 24일자 A1·3면 참조) 등 한미 군사동맹 전환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자주국방을 위해선 한국군이 독자적 C4I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세계 5번째 군사력을 지닌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에 자주국방은 ‘높고 비싼(lofty and expensive)’ 목표다. 한국군이 현재 미군이 한반도에서 유지하는 수준의 방위 능력에 도달하기 위해선 C4I와 공군력에서 큰 폭의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한다.”
벡톨 교수는 이 대목에서 “한국군은 ‘감지 즉시 발사(sensor to shooter)’ 능력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올해 6월 한국군 사상 최초로 군단 예하 모든 부대에 C4I 체제가 구축됐다고 발표된 육군 5군단과 무궁화 5호 위성의 예를 들었다.
“5군단의 ‘첨단 디지털 네트워크’는 전국 시스템에 연결돼 있지 않다. 첫 민·군 겸용 위성으로 8월 발사된 무궁화 5호 위성도 C3(Command Control Communication)일 뿐 C4I는 아니다. C4I는 감지된 정보가 야전 지휘관에게 직접 연결되도록 통합하는 시스템이다.”
벡톨 교수는 “현재 한국군은 거의 전적으로 전략정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이 연합사 해체 후에도 C4I 능력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통합된 지휘센터가 없는 상태에서 전시에 연합사 체제 수준의 ‘감지 즉시 발사 능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한미연합사 해체로 예상되는 전력상 문제점은….
“우선 서너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군은 최정예 공수부대와 해병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을 적진으로 수송할 수송기와 수륙양용 함정이 매우 부족하다. 공군력 역시 미군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군에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할 수단이 없다. 한국이 ‘PAC-2’로 알려진 요격 시스템을 독일에서 구입하려 하지만 스커드 미사일에는 거의 효력이 없다. 결국 한국군은 미군의 PAC-3 시스템에 의존해야 한다.”
벡톨 교수는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군사동맹 전환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미국의 교량전력(bridging capability) 제공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연합사 체제가 한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말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영국이나 독일, 이탈리아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것인데 이들 나라에서 그런 주장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보는 정치적 어젠다보다 길게 봐야 한다. 상대가 위협인지를 판단하는 두 요소는 ‘전력(戰力)’과 ‘의도’다. 따라서 한국의 방위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한국의 전쟁 억지 능력이 약해지면 북한이 공격할 의도를 갖고 있다는 가정 아래 대비해야 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