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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후 제 갈길 가기? 野에 중립내각 구애?

입력 | 2006-11-29 02:55:00

김근태 의장 속내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정책연구원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청와대에 대해 다음 달 9일까지 당과 함께 갈지, 중립내각으로 갈지 결정하라고 요구해 놓은 상태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당적 포기는 불행한 일이고,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지만 그 길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25일 당-정-청(黨-政-靑) 4자 회동에서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당과 한몸으로 갈지 중립내각으로 갈지 12월 9일까지 결론을 내려달라”고 했고, 27일 청와대 초청 만찬까지 거부한 데 대한 ‘답변’이다. 김 의장이 언급한 중립내각은 대통령 탈당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노 대통령이 이에 ‘당적 포기’ 카드로 응수한 만큼 당과 청와대가 피차 호적을 정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적 포기 언급 왜?=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가 무산되고 국회에 294개 법안이 계류된 채 처리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나보고 뭘 하라는 것이냐. 국무회의 때 탈당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탈당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말렸으나 노 대통령은 뒤이어 열린 국무회의에서 당적 포기 시사 발언을 ‘강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의장이 네 번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는데, 의제가 중립내각 구성 문제였다. 사실상 노 대통령에게 탈당할 거냐 말 거냐를 놓고 담판을 짓자는 것인데 어떻게 만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대통령 당적 포기 발언의 원인이 김 의장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김 의장은 25일의 당-정-청 4자 회동에서 12월 9일까지 결론을 내려 달라는 통첩을 하고 자리를 떴다는 것.

이에 대해 김 의장 측은 “청와대 참모들이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김 의장이 한 말은 당-청 관계를 올바로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탈당 둘러싼 내홍 조짐=열린우리당에서는 다음 달 정기국회 폐회 후 노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수 의원이 대통령의 탈당을 바라고 있다. 탈당할 경우 대통령 스스로 ‘결단’하는 모양새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레임덕에 처한 대통령에게 삿대질하며 살길을 찾는 모양새는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만 흘러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 당장 청와대가 대통령의 ‘당적 포기’ 시사 발언이 열린우리당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친노 의원들은 탈당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화영 의원은 “만일 탈당한다면 대통령이 정치권에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좀 더 큰 ‘결심’을 할 수 있고 이를 과연 정치권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탈당 문제가 여권의 내홍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탈당하는 방향으로 당-청 관계가 흘러갈 공산이 크지만 여전히 상황은 유동적이다”며 “현재의 당-청 감정대립 상황에서 대통령이 탈당하면 당과 대통령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되고, 정국은 전혀 새로운 구도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립내각 모색 가능성=노 대통령에게 남은 정국 운용 카드는 바닥이 났다. 여야정(與野政) 정치협상 제안은 한나라당으로부터 거부됐고, 당-청 관계는 꽉 막혀 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중립내각 구성을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한나라당이 선선히 협조할 분위기는 아니다. 얼마 전 노 대통령은 “중립내각이든 거국내각이든 여야가 합의해 오면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한나라당은 “중립적인 인사를 기용해 정국을 운영하면 된다”고 거부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제시해도 정치권의 신뢰를 얻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제 노 대통령이 탈당하고, 진짜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성의를 표시한다면 한나라당도 부분적인 협조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날 저녁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노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신중한 기조를 정했다. 회의 결과를 발표한 박병석 의원은 정치를 당에 맡기라고 요구했지만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의장이 청와대에 제시한 양자택일의 시한인 12월 9일을 기점으로 열린우리당에서는 정계개편 문제와 함께 대통령 탈당 논의도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다. 고건 전 국무총리가 12월 중순 정계개편에 동의하는 제 세력의 ‘원탁회의’를 제안한 만큼 여기에 참여할 것인지, 당을 해체할 것인지 말 것인지, 당내 친노 세력과 함께할 것인지 갈라설 것인지 등을 놓고 새판 짜기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대통령 궐위 때 법절차는

60일이내에 대선 실시 당선순간 5년임기 시작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중도에 물러난다면 각 정당과 잠재 후보들은 즉각적으로 대통령 선거 준비에 들어가야만 한다.

대통령의 궐위가 발생하면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그 사유가 확정된 때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새로 치르게 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궐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다만 대체로 사임을 포함해 사망, 탄핵 결정에 의한 파면, 당선 무효 판결 등이 대통령 궐위에 해당한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견해다.

궐위로 인한 선거이든 정상적인 선거이든 간에 선출된 대통령 임기는 무조건 5년이다.

정상적인 대선을 통해 선출되는 대통령 당선자는 전임 대통령의 임기 만료일 다음 날 0시부터 임기가 개시되지만, 궐위로 인한 선거 당선자는 당선 순간부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궐위 시 선거운동 기간인 60일은 선거를 준비하기엔 촉박한 시간이다. 여야 모두 비상체제에서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한나라당 당헌 당규는 대선일 6개월 전에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