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가 내놓은 최신작 ‘러브’. 비틀스의 히트곡을 엮어 만든 작품으로 비틀스는 ‘태양의 서커스’에 유일하게 자신의 음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사진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내년 3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내한공연을 갖는 ‘태양의 서커스’의 ‘퀴담’. 사진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동영상 제공 : http://www.cirquedusoleil.com/
[화보]‘태양의 서커스’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보다 빛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밤에도 ‘태양’이 빛난다. 라스베이거스의 밤을 휘어잡은 것은 다름 아닌 세계적인 공연단체 ‘태양의 서커스’.
올해 6월 신작 ‘러브’의 상설 공연을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한 ‘태양의 서커스’는 현재 13년째 이곳에서 공연 중인 ‘미스테르’를 비롯해 ‘O’, ‘주매니티’, ‘카’까지 무려 다섯 편의 작품을 공연하고 있다. 두 작품 이상을 공연하는 단체도 찾아보기 힘든 이 ‘쇼 비즈니스의 수도’에서 ‘태양의 서커스’가 이룬 성공 신화는 단연 빛난다. ‘태양의 서커스’가 개척한 ‘블루오션’의 현장인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벨라지오호텔 내의 ‘O’ 전용 공연장. 빈자리가 단 한 석도 없을 만큼 관객으로 가득 찼다. 1998년 공연을 시작한 이래 전 석 매진이 아닌 날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요즘도 라스베이거스에서 티켓이 가장 먼저 팔리는 인기 공연이다.
막이 오르면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눈앞에 푸른 물이 넘실대는 무대가 펼쳐지기 때문. 무대에 들어가는 물의 양은 150만 갤런. 놀라운 것은 물 밑에서 이동무대가 올라오면서 수영장처럼 물로 가득하던 무대가 순식간에 평지로 변한다. 이 장치에만 약 1000억 원이 쓰였다.
총 185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초대형 작품인 ‘카’는 아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카’에 등장하는 7개의 이동무대 중 메인 무대의 무게만 175t이다. ‘카’의 컴퍼니매니저인 캘럼 피어슨 씨는 “이 무대를 움직이는 것은 승객과 화물을 가득 실은 보잉 747 여객기를 이륙시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공연 내내 이 초대형 무대는 위아래, 좌우로 회전하며 해저부터 한겨울 극지방까지 갖가지 환상의 공간을 최첨단 기술로 빚어낸다.
이 작품의 압권은 영화 ‘와호장룡’을 보는 듯한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 초대형 무대를 완전히 수직(90도)으로 세운 뒤 배우들은 와이어를 이용해 물 위(실제로는 무대)를 걷듯 날아다니는데 관객은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마치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입체적인 전투 장면을 볼 수 있다.
다섯 작품의 티켓 가격은 가장 오래된 ‘미스테르’만 70달러 선이고 나머지는 100∼165달러로 브로드웨이 뮤지컬보다 오히려 비싼 편. 하지만 객석은 늘 꽉꽉 들어찬다.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하루 관광객의 10% 이상이 ‘태양의 서커스’를 보고 간다. 하루에만 이들 5개 공연 티켓이 1만5000여 장 이상 팔린다. 다섯 작품의 하루 매출이 15억 원이다
‘태양의 서커스’에는 동물 묘기 등 기존 서커스에서 당연시해 온 요소를 제거한 대신 새로운 공연의 패러다임을 만들며 스스로가 하나의 새로운 장르가 됐다. 연극적인 요소는 물론 모던 발레, 현대무용과 체조,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다이빙, 애크러배틱, 인라인스케이팅까지 모든 장르가 혼합돼 있다. 배우들의 배경도 그만큼 다양해 스태프와 배우는 40개국에서 모였다. ‘모두에게 열려 있고 모든 것에 열려 있는’ 셈이다.
‘태양의 서커스’가 내세우는 가장 큰 원칙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존 서커스적 요소가 많은 편인 초기 작 ‘미스테르’도 13년 전 초연 당시 세련된 의상과 무대장치, 라이브 음악, 연극적인 요소를 도입해 차별화했다.
‘O’는 공연 사상 처음으로 물을 소재로 했고 이어 ‘18세 이상 입장가’인 성인 버전의 에로틱한 서커스 ‘주매니티’, 스토리 구조를 가진 유일한 작품인 ‘카’, 비틀스의 히트 곡을 엮어 만든 최신작 ‘러브’까지 어느 하나 똑같은 소재가 없다.
뮤지컬 등 다른 공연 단체들이 라이선스를 통해 공연을 ‘복제’하는 것과 달리 ‘태양의 서커스’는 ‘한 프로덕션’만 고집해 왔다. ‘O’의 컴퍼니매니저 토니 리카타 씨는 “피카소가 똑같은 그림을 그리지 않듯 우리도 그렇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라스베이거스=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철학이 있는 서커스 ‘퀴담’ 내년 3월 한국 상륙
‘태양의 서커스’가 드디어 한국 땅을 밟는다.
‘태양의 서커스’는 현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장기 공연을 시작한 ‘퀴담(Quidam)’의 아시아 투어 중 하나로 내년 3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서울에서 총 78회 공연한다. 총 공연비용이 120억 원 규모인 퀴담은 그동안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몇 안 남은 대박 공연’으로 손꼽혀 왔던 작품. ‘퀴담’은 라틴어로 ‘익명의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뜻.
이 작품은 199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첫선을 보였다. 현대인의 외로운 삶을 다룬 철학적인 내용을 빼어난 서정성과 아름다운 몸짓으로 풀어내 미국 일본 호주 등 16개국에서 공연되며 인기를 모았다.
지금까지 퀴담을 국내에 선보이지 못한 이유는 공연에 필요한 전용 텐트 공연장을 짓는 데만 최소 1000여 평의 대지가 확보돼야 할 만큼 엄청난 스케일과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 내한 공연 장소는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잠실종합운동장 중 한 곳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관람료는 5만∼20만 원으로 책정됐다. 예매는 12월 초부터 시작한다. 02-541-315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공연단체 ‘태양의 서커스’는?
1984년 길거리 공연자 출신인 기 갈리베르테가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한 공연단체.
지금까지 작품을 본 관객들은 전 세계 5000만 명이 넘으며 연매출은 5억 달러(약 4650억 원) 규모.
베스트셀러 경영서인 ‘블루오션 전략’ 첫머리에 ‘블루오션’ 창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소개되면서 더욱 널리 알려졌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 5개,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1개 등 6개 작품이 미국에서 상설 공연 중이며 퀴담(Quidam) 등 투어 중인 7개 작품까지 총 13개가 전 세계에서 공연 중이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만 900명, 스태프 등을 포함하면 3000여 명이 이 작품과 관련해 일하고 있다.
[화보]‘태양의 서커스’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보다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