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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국내초연 ‘마요르카’엔 장구 장단 있죠”

입력 | 2006-11-29 03:00:00

12월 5일 ‘안익태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박은성 씨(오른쪽)와 안익태 선생의 성악곡을 부르는 테너 류정필 씨. 신원건 기자


《“쿵따닥∼ 쿵따! 이거 봐, 이 부분은 완전히 한국의 장구 장단이라고. ‘마요르카’는 스페인의 한 섬의 풍광을 그린 게 아니야. ‘한국 환상곡’처럼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안익태 선생의 전형적인 작품이라고.”》

25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지휘자 박은성(61·수원시향 상임지휘자) 씨는 테너 류정필(38) 씨에게 안익태(1906∼1965) 선생의 교향시 ‘마요르카’의 악보를 펼쳐 보이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마요르카’는 다음 달 5일 오후 7시 반 서울 여의도 KBS홀 ‘안익태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국내 초연될 예정이다.

이 곡은 1946년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 정착한 안 선생이 마요르카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했을 당시 초연된 교향시. 올해 초 안 선생의 유족이 악보를 국내에 기증했고, 이번에 박 씨의 지휘로 KBS교향악단에 의해 국내 초연될 예정이다.

○ 서울 여의도 KBS홀 무대 올라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테너 류 씨는 2002년 ‘팔마 드 마요르카’ 국제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인연이 있다.

이번 음악회에서 류 씨는 안 선생의 성악곡 ‘아리랑 고개’ ‘이팔청춘’을, 첼리스트 양성원 씨와 피아니스트 박정미 씨는 기악곡 ‘흰 백합화’를 연주한다.

류 씨는 “스페인에서 나이 든 사람 중에는 아직도 안 선생에 대해 ‘동양 출신 거장 음악가’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내년에 스페인에서도 안익태 기념음악회가 열릴 예정인데 한국과 스페인을 오가며 무대에 서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국립음악학교에서 첼로를 전공했던 안 선생은 미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지에서 유학하며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프리츠 라이너, 펠릭스 바인가르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졸탄 코다이 등 세계적인 작곡자와 지휘자를 사사했다.

박 씨는 “안 선생의 작품에 보이는 무수한 반음계 선율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며, 헝가리 민요 가락을 채집해 교향곡을 작곡한 코다이나 벨라 바르토크의 영향으로 교향시에 우리 5음계 선율을 풍부하게 사용했다”고 말했다.

○ 박은성 씨 “반음계선율, 슈트라우스 영향 받아”

안 선생은 1930년대 이후부터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영국 런던 로열 필하모닉, 이탈리아 로마 심포니,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교향악단, 스페인 바르셀로나 교향악단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을 지휘하기도 했다.

박 씨는 “그동안 안 선생은 ‘애국가’의 작곡가로만 알려졌는데 세계적인 지휘자로서 더욱 조명돼야 할 분”이라며 “요즘에야 정명훈 씨 같은 지휘자가 나왔지만 1930, 40년대에 베를린 필, 빈 필, 런던 로열필 등 세계 일류 교향악단을 두루 지휘했다는 사실은 놀랍다”고 말했다.

올해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등의 행사가 풍성했지만 안익태 기념음악회는 이번이 유일하다. 올해 안 선생의 유품이 스페인에서 돌아와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활동이 시작됐지만, 일각에서 안 선생에 대한 친일시비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 류정필 씨 “한국-스페인 무대 모두 서게 돼 영광”

류 씨는 “식민 치하에 어쩔 수 없이 행했던 몇몇 연주만 갖고 음악가로서 안 선생의 일생을 평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체코의 스메타나와 같은 민족 음악가로서 안 선생을 조명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도 “일제강점기에 안 선생이 민족적 자긍심이 가득한 ‘한국환상곡’을 작곡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한 점만 보더라도 친일시비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연 문의 02-567-8493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