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이 회사 소프트웨어 연구소 연구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30일 내놓는 ‘오피스 2007’의 전자결재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서양에는 없지만 한국에서는 널리 쓰이는 전자결재 시스템이 ‘오피스 2007’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요.”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 사옥에서 만난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연구소 연구원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
기업 플랫폼(인터넷 기반) 시장을 공략하려는 MS 본사는 ‘오피스 2007’을 3년 동안 준비하며 여기에 들어가는 전자결재 시스템 개발을 한국 연구진에 맡겼다. 서양인에게는 생소한 동양의 결재 문화를 설명해 온 한국MS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MS는 30일 윈도XP를 대신할 새 컴퓨터 운영체제(OS)인 ‘윈도비스타’와 함께 ‘오피스 2007’을 전 세계에 공식 출시한다.
○ 중-일 등 4개국 ‘오피스 2007’에 탑재
한국에서 개발된 전자결재 시스템은 이번에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의 ‘오피스 2007’에만 특별히 탑재된다.
한국MS 회의실에서 성석수 소프트웨어 연구소 상무가 전자결재 시스템을 시연했다.
컴퓨터 화면에 뜬 개인문서함에 들어가 물품청구서 출장비신청서 구매신청서 등 결재할 문서를 골랐다. 인증 절차를 마친 전자 도장 그림을 마우스로 클릭하니 간편하게 결재 신청이 이뤄졌다.
한국MS는 한국 일본 중국 등 각 나라의 상황에 맞게 시스템을 디자인했다. 한국과 중국은 결재문서에서 직급이 낮으면 왼쪽, 높으면 오른쪽에 서명란이 있지만 일본은 반대로 직급이 높을수록 서명란이 왼쪽에 있다.
이 시스템의 개발 총책임을 맡은 안상규 이사는 “기존 MS 오피스에는 업무흐름(워크플로) 엔진이 들어 있지 않아 전자결재를 할 수 없었다”면서 “따로 전자결재 시스템을 사지 않아도 MS 오피스로 가능케 됐다”고 말했다.
국내 상당수 대기업이 전자결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수천만 원이 드는 시스템 구입비가 부담스러워 엄두를 내지 못했다.
1000만 원 이하로 가격이 매겨질 ‘오피스 2007’은 전자결재는 물론 사내 문서 공유와 관리, 각종 기업 정보와 통계 등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다.
○ 美-유럽 등에도 단계적 출시 예정
MS 측은 이번에 한국에서 개발한 전자결재 시스템을 앞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도 단계적으로 탑재할 방침이다.
에밀리오 우메오카 MS 아시아태평양지역 부사장은 “MS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종이 없는 사무실’을 만들 것”이라며 “한국의 정보기술(IT)은 MS의 다른 시스템 개발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