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前) 국무총리(현 대통령 정무특보)는 30일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집이라도 오래 거주한 사람들에겐 거주 연수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줄여주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이날 오전 서울대 상백헌에서 '투기 해소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주제로 마련한 특강에서 '예방정책(종부세)과 구조개선정책(양도세)을 동시에 추진할 때 생기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종부세가 부담스러워 집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가 무거워 팔지 않으면 공급이 줄게 된다. 그러나 양도차익이 발생했는데 과세를 안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소유 연한에 따라 차등을 둬 감세해주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요즘 집값 안정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후분양제와 원가공개에 대해선 논의 자체는 타당하지만 부작용도 있으니 엄격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분양제는 주택공급을 늦추고 가격도 올리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아파트 다 지어놓은 걸 보고 사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비싼 자재 등을 사용하고 더 잘 지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가공개 부분에 대해 "자재 등은 원가를 공개하고 상한제를 도입하되 산책로와 노천극장 등을 기획한 창의성과 경영능력에 대해선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80년대 말이나 90년대 초에 토지공개념을 도입했어야 했다"며 "지금은 이미 토지의 사유화가 광범위하게 이뤄져 공개념을 도입하기엔 늦었다"고 아쉬워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또 자신이 관여한 정책 중 부동산 정책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 전 총리는 "부동산 대책은 비단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자본-노동의 역학과 자본의 글로벌화, 압축성장 속 제도 미정비, 수도권의 과밀 등 사회적인 요소가 가미된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8·31 부동산정책''을 제가 주관해서 세웠는데 시장은 정책의 빈틈 사이로 자꾸 빠져나갔다"며 "올해 '3·30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공급 계획은 아직 불안한 요소가 있지만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은 많이 높였으며 투기 목적으로 한 가구가 2,3 주택을 소유하는 건 여러 가지 세제 정책으로 막았다"고 평가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