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생산업체인 구룡포읍 병포리 바다상사에서 주민들이 뼈를 발라낸 과메기를 물에 씻어 건조대에 걸고 있다. 포항=이권효 기자
《어부가 생선을 보관할 방법을 고민하다 꼬챙이에 눈을 꿰어 줄줄이 걸어 말렸다는 데서 유래한 과메기. 눈을 꿴 생선이라는 뜻의 ‘관목어(貫目魚)’란 말이 변했다는 설이 있다. 과메기는 경북 포항시 구룡포 특산물이다. 요즘 구룡포는 한마디로 ‘과메기가 익어 가는 계절’이다. 바람에 말리는 것이 단순한 건조가 아니라 숙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익는다’는 표현을 쓴다.》
지난달 29일 구룡포읍 병포리 항구 옆 과메기 생산업체인 바다상사. 450여 평 규모로 구룡포에서 가장 큰 업체다. 40여 명의 직원이 부산에서 올라온 북태평양산 냉동 꽁치를 녹여 뼈를 발라내고 말리느라 정신없었다. 원래는 청어를 말렸는데 요즘은 꽁치를 쓴다. 1960년대 후반 들어 청어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흔히 과메기 하면 냉동과 건조를 10일가량 반복한다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상품화가 되기 전에 전통식품으로 가정에서 먹던 때 이야기다. 지금은 3일가량 건조한 뒤 바로 먹는 ‘인스턴트형’ 과메기가 주종이다.
요즘에는 구룡포 주민(1만3000명) 중 하루 2000여 명이 과메기 만들기에 참여한다고 한다. 내년 2월까지가 그야말로 대목인데 요 며칠 비가 오고 날이 궂어 주문은 밀리는데 말리기가 어려워 생산자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구룡포 사람들에게 과메기는 ‘밥’이나 마찬가지.
꽁치를 손질하던 50대 아주머니는 “점심 먹을 시간이 따로 없을 때가 많다”며 “끼니에 맞춰 과메기 몇 마리만 먹으면 하루 8∼9시간 일해도 배고픈 줄 모른다”고 말했다. 영양도 풍부하고 소화도 잘된다는 ‘과메기’ 효과가 그대로 입증된 셈이다.
지난해 바다상사가 생산한 과메기는 15만 두름(두름당 20마리). 해마다 매출이 20∼30% 늘어난다. “술안주로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고. 맛있다는 입소문 덕분이지요.”(김봉희·49·바다상사 대표)
구룡포 과메기의 독특한 맛은 어디에서 나올까. 사람들은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겨울 서북풍이 포항 영일만 바닷바람과 섞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같은 꽁치라도 아무 데서 그냥 말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구룡포 바람을 맞아야 과메기 특유의 맛이 난다는 것이다.
생선을 말리는 것인데도 이곳에서는 파리가 들러붙지 않는 점도 특이하다. 말리는 동안 꽁치의 불필요한 기름기가 계속 빠져나오기 때문이라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과메기는 이제 단순한 특산물 수준을 넘어 ‘포항의 산업’이 됐다.
올해 예상 생산액은 700억 원가량이지만 곁들여 먹는 마늘 파 등 농산물과 술 등을 포함하면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매출 효과가 나온다. 1990년에만 해도 구룡포에서 10여 가구만이 과메기를 만들어 내다 팔았지만 올해는 500여 가구에 이른다. 과메기를 먹고 호미곶 해돋이도 볼 겸 해서 포항을 찾는 관광객들이 쓰고 가는 돈 또한 만만찮다.
올겨울 포항 시민들의 희망은 과메기를 한국을 넘어선 세계인의 음식으로 키우는 것.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한상대회’에 참가한 재미 한인상공인총연합회원 80명을 포항으로 초청해 과메기를 선보인 것이나 일본 후쿠야마 시 상공인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연 것은 그런 정책의 일환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연구에도 들어갔다. 내년 2월에는 구룡포를 아예 과메기 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마침 1일 오전 10시∼오후 7시 서울 청계천에서 대대적인 시식 및 판매 행사가 열린다. 1∼3일에는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엑스코)와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포항 과메기 축제도 열린다.
수백 년 전부터 영일만을 끼고 살아온 주민들이 재래식 부엌 벽에 엮어 두고 간식처럼 먹던 토속음식이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별미 식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과메기 제대로 먹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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