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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우쭐한 민주당, 이라크 포기 말라

입력 | 2006-12-01 03:01:00


미국 중간선거에서 이라크 철군을 요구해 온 민주당이 승리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그러나 나는 민주당의 선거 승리가 미국이 이라크 정책에서 승리 또는 승리와 맞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했다고 본다.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내정자와 부시 대통령이 국익 앞에서 두 손을 잡고 협력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최악의 경우에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의 예산안을 거부함으로써 ‘대폭 감군’을 받아내고야 말 수도 있다.

이런 압박은 위험천만하다. 민주당은 의회권력을 쥔 만큼 이라크 정책의 책임도 나눠 져야 한다. 민주당이 압박해 얻어 낸 급격한 철군은 이라크 내 한 조각 희망을 날려 버릴 수 있고, 민주당이 국내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대로 간다(Stay the course)’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이 희망적인 것은 아니지만, 급격한 감축보다는 낫다. 미국 유권자도 동의할 것으로 본다.

현실적으로는 민주당이 ‘예산 협조-각론 비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부시 대통령이 요청한 이라크전쟁 예산을 모두 승인하고, 다수당의 권한으로 2003년 이후 부시 행정부가 시행한 이라크 정책을 샅샅이 검증 비판할 것이다. 이런 선택은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이라크전쟁은 부시의 전쟁이다. 국제 공조를 저버리고, 최소한의 병력으로 전쟁을 치렀고, 이라크 해방 이후 전략도 세우지 않은 것은 바로 부시 행정부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철군 선택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우선 전쟁 패배 확률이 매우 높다. 전쟁 패배는 이라크인에게 보스니아와 르완다의 내전과 같은 잔혹한 현실을 안겨 줄 것이다. 또 알 카에다를 우쭐하게 만들고, 걸프 만의 불안정성을 높임으로써 베트남 패전보다 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국가적으로는 손실이다.

제3의 선택이 가능하다. 여야가 2008년 대선까지 이라크 정책을 둘러싼 싸움을 중단하면 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정부에 최후통첩을 해야 한다. 이라크에 강요하자는 게 아니다. 미국이 언제까지나 이라크에 전쟁비용을 쏟아 붓고 아들과 딸의 생명을 바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이라크 정부는 국가 통합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수파인 시아파는 현재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도 남부지역의 석유자원을 수니파와 공유하려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무장반군의 공공연한 테러행동을 제지하지 못하고, 종파별 이익을 보장하는 재건 노력도 부족하다. 이라크 정치인의 무능 때문에 미국의 젊은 병사가 목숨을 잃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부시 대통령은 누리 알말리키 총리에게 이라크 상황이 빠르게 호전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자신이 미군의 계속 주둔을 희망하더라도 미국 납세자와 유권자를 설득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 자신은 이라크의 친구로 남고, 민주당 반전론자의 ‘악역’을 활용하면 된다.

이런 통첩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여소야대는 그런 제안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또 이라크의 실업 해소를 위해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미국의 변함없는 재건 지원 의지를 재확인한다면 이라크를 설득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민주당도 내키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전쟁 승리를 위해, 그리고 (얼마나 정당한 평가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패배주의에 젖은 정당’이란 꼬리표가 싫다면, 부시 대통령에게 협력해야 한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