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전 그리스의 천체 관측 기계인 ‘안티키테라 메커니즘’을 컴퓨터로 복원한 모습(위).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30일 공개했다. 네이처는 현대적인 톱니바퀴 형태로 복원한 컴퓨터 그래픽(아래)도 제시했다. 톱니바퀴의 움직임에 따라 오른쪽 아래의 막대가 달의 위치를 가리킨다. 사진 제공 네이처
100여 년 전 그리스 안티키테라 지역 인근 해저 42m 지점에서 청동조각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고고학자인 발레리오스 스타이스 씨는 1902년 유물 가운데서 톱니바퀴들을 찾아냈지만 연구의 진전이 이뤄진 것은 한참 뒤였다.
발견된 곳의 이름을 따 ‘안티키테라 메커니즘’이라고 불리게 된 2100년 전의 청동조각들.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30일 영국 카디프대의 천문학자 마이크 에드먼즈 박사가 주도한 ‘안티키테라 메커니즘’ 연구에서 이 기계가 태양과 달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일식을 예고하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당시로선 ‘천체 연구용 슈퍼컴퓨터’인 셈이다. 놀라운 대목은 이후 1000년간 이에 필적할 만한 장치가 발명되지 않았을 정도로 첨단장비였다는 점.
에드먼즈 팀은 3차원 X선 단층 촬영기술을 통해 이 기계가 37개의 톱니바퀴와 시계 모양의 2개 면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가로와 세로, 폭이 각각 31.5cm, 19cm, 10cm의 나무상자에 들어 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에드먼즈 팀은 이 기계가 4년마다 윤년을 계산하는 지구의 365일 공전주기를 정확히 알려줬다고 보았다. 윗부분의 눈금판은 19 태양년마다 7개월의 윤달을 두어 양력과 음력을 일치시킨 ‘메톤 주기’를, 아랫부분의 나선형 장치는 지표상의 동일 위치, 같은 시각에 비슷한 일식과 월식을 볼 수 있는 순환주기인 ‘사로스 주기’(약 18년)를 알려주기 때문.
네이처는 안티키테라 메커니즘의 톱니바퀴 움직임 비율을 살펴보면 달이 지구와의 거리에 따라 변하는 공전속도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네이처는 이런 주장을 했던 당대의 천문학자 히파르코스가 이 기계와 뭔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마의 기세에 눌리던 기원전 150∼100년에 그리스인이 이런 기계를 만든 목적은 무엇일까. 당시 그리스는 정확한 시간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시절이어서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런던 임페리얼대 과학역사가인 세라피나 쿠오모 씨는 “그리스인들은 지식과 힘, 명예에 가치를 두었기 때문에 이런 기계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학적 원리와 우주질서를 보여 주기 위한 지식 과시용 목적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얘기다.
또 신분 과시용이라는 가설도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