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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모멘텀

입력 | 2006-12-01 20:16:00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한국 경제의 모멘텀(momentum)이 식어 간다”고 진단했다. 모멘텀은 원래 물리학 용어로 동력, 추진력, 여세(餘勢) 등을 뜻한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엔진이 식어 간다니 ‘경기가 안 좋다’는 말보다 훨씬 나쁜 소리다. 모건스탠리는 “10월 경기지표가 좋아지긴 했지만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기엔 이미 늦은 것 같다”고 했다. 그나마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마저 위축돼 경기 위축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11월 수출이 월간으로는 최대인 300억 달러를 넘었다. 올해 실적은 다음 주에 30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앞세워 ‘꿈의 실적’이라는 연간 5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할 기세다. 그런데 모멘텀은 왜 식어 갈까. 하반기 수출이 당초 전망을 웃돈 것은 중국 등 해외시장의 성장세가 유지됐고 세계 정보기술(IT)산업 경기가 회복됐으며 국제 유가가 하락한 덕분이다. 내년엔 이런 호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경제 활력이 약화돼 간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장래의 경제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설비투자가 계속 부진하자 기업들은 “투자를 가로막는 수도권 규제와 대기업 출자 제한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핵심 규제를 틀어쥐고 있다. 대기업 출자 제한을 고집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민간의 규제 완화 요구를 들어줘 투자가 확대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건지, 대기업을 누르는 것이 개혁이라고 착각하는 건지….

▷누가 경제 모멘텀을 죽이는 걸까. 대통령과 경제 관료의 근거 없는 자만이 첫째다. “경제는 좋다”는 큰소리는 “알고 보니 경기 침체였다”는 자탄(自歎)으로 바뀌기 일쑤다. 둘째는 ‘사기(詐欺)세일’처럼 시도 때도 없이 외쳐 대는 구호다. “규제를 줄여 기업 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던 말의 1%라도 실천했더라면 이 꼴은 아닐 것이다. 셋째는 무(無)대책의 ‘큰 정부’다. 문제의식도, 대책도 없이 예산부터 쓰겠다고 달려든다. 이런 정부가 경제의 모멘텀을 식게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