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선물을 와인으로 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종류와 가격이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고, 고르는 정성과 품격까지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에 따라 특별한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와인을 고르느냐가 문제다.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연맹(UGCB)의 파트리크 마로토 회장은 “상대의 취향이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와인을 선물하면 오히려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상대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해 이에 적합한 와인을 선물하라는 얘기다.
만약 필요한 정보가 없다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와인을 선물하는 게 무난하다.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와인이란 뜻이다. 좀 비싼 게 흠이지만.
프랑스 사부아 지방에서만 생산되는 와인으로 11월 국내에 첫선을 보인 ‘뱅 존’은 50∼200년 보관이 가능하다. 희귀한 것도 매력이지만 200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한 선물로 기억될 것이다.
선물 받는 사람과 관련된 빈티지(생산연도) 와인을 고르는 것도 좋다. 태어난 해, 결혼한 해, 취직한 해 등에 맞춘 빈티지 와인은 ‘각별한 선물’이 될 수 있다. 올해 소개된 ‘별자리 와인’은 1월부터 12월까지 별자리 별로 와인이 달라 상대방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 든 별자리에 맞는 와인을 골라 선물할 수 있다.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면 섬세하고 부드러운 맛이 돋보이는 ‘샤토 샤스스플린’이나 붉은 양파 빛이 감도는 로제와인 ‘타벨 로제’, 달콤한 맛의 ‘빌라엠’이나 ‘지네스테 소테른’ 괜찮다.
와인과 함께 코르크를 딸 수 있는 간단한 스크루나 디캔터, 크리스털 와인 잔을 곁들이면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선물 받은 이가 다른 와인으로 교환하고 싶을 때에 대비해 구입처가 어디인지 알 수 있도록 포장하는 것도 센스다.
▽잠깐!=구입할 때 어떤 와인인지 알고 싶으면 와인에 붙은 한글 라벨을 본다. 여기에는 와인을 수입한 회사명과 연락처가 기재돼 있다. 수입 회사에 전화해서 소비자가격을 묻는다. 질이 떨어지거나 값이 싼 와인을 구입해 비싼 가격을 붙인 뒤 많이 할인해 주는 것처럼 팔아 와인 시장을 흐려 놓는 매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