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냉정한 경영자’라는 이미지가 적지 않은 박 사장이지만 주변에 사람이 많은 이유를 보여 주는 일화다. 그는 1998년 자본잠식상태였던 한국재보험(현 코리안리) 사장에 취임한 직후 직원 30%를 과감하게 줄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박 사장이 취임한 뒤 코리안리는 연평균 13%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아시아 1위의 재보험사로 성장했다. 박 사장은 내년 3월 세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 “꾸준히 만나라”
박 사장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꾸준함’을 꼽았다.
고 전 사장과의 관계에서 알 수 있듯 박 사장은 한번 사람을 사귀면 오래 사귄다. 오래 만나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도 기울인다.
박 사장은 “시간 날 때마다 안부 전화를 하고, 시간 맞으면 식사도 하고 그렇게 먼저 다가간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마다 장점이 있고 배울 점이 많지만 처음에는 그런 것을 모른다”며 “사람을 오래 사귀어야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연말에는 과일이나 멸치 등 작은 선물도 잊지 않고 보낸다. 공무원 시절부터 10년 이상 꾸준히 보내는 사람도 30여 명 정도라고 한다.
친목 모임에도 애정을 갖고 1년에 서너 차례씩 꾸준히 참석한다.
행시 14회 출신 금융기관장 모임인 ‘CEO 14’, 연세대 출신 금융기관장 모임인 YCEO, 경기 화성시 출신 인사들의 친목 모임 ‘화생모’, 통계청에서 같이 근무한 공무원 모임인 ‘통계연구회’ 등이 꾸준히 나가는 모임이다.
해병대 출신인 박 사장은 1996년 국방대학원에서 연수받을 때 만난 이상로 해병대 사령관과도 ‘끈끈한 친분’을 이어 가고 있다.
○ “한직으로 밀렸을 때 더 챙겨라”
강만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은 2000년 2월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4년 넘게 사실상 ‘야인’ 생활을 했다.
이 시절 그가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박 사장이다. 박 사장은 사무관 시절 담당 과장이던 강 원장이 ‘놀고 있을 때’ 꾸준히 연락하며 식사도 함께 하고 골프도 같이 했다. 행시 14회 동기로 박 사장과 형제처럼 지낸다는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박 사장은 공직에서 물러나 잠시 쉬고 있거나 은퇴한 선배들을 잘 챙긴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잘나가는 사람은 그냥 놔둬도 잘나가서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되지만 관직에서 물러나 쉬고 있는 사람들은 허전함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쏟는다”고 말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매력으로 선이 굵고 통이 크다는 점을 꼽는다.
박 사장의 재무부 선배인 윤진식 서울산업대 총장은 “박 사장은 해병대 출신답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고 통이 크다”며 “나도 그래서 박 사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강권석 은행장은 “선이 굵고 의리가 있어서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박종원 사장 인맥지도재우산악회
(재무부, 재경부 출신 등산모임)안공혁(대한손해보험협회장) 김용진(전 과기처 장관)
김종창(전 기업은행장) CEO 14
(행정고시 14회 출신 금융기관장 모임)유지창(은행연합회장) 강권석(기업은행장) 신동규(전 수출입은행장) 강석인(한영회계법인 부회장) 화생모
(경기 화성시 출신 친목 모임)윤윤수(휠라코리아 회장) 홍승용(인하대 총장) 안병엽(전 의원) 우의제(하이닉스반도체 사장)YCEO
(연세대 출신 금융기관장 모임)배찬병(삼성증권 이사회 의장) 박해춘(LG카드 사장)
이인호(신한금융지주 사장) 오호수(전 한국증권업협회장)통계연구회
(통계청 출신 공무원 모임)김규복(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정지택(두산산업개발 사장)
○ 박종원 사장 약력 -1944년 경기 화성 출생 -1963년 숭실고등학교 졸업 -1971년 연세대 법학과 졸업 -1973년 행정고시 14회 합격 -1989년 재무부 결산관리과장 -1991년 재무부 외자관리과장 -1993년 재무부 재정융자과장 -1994년 재정경제원 총무과장 -1997년 통계청 통계조사국장 -1997년 국세심판소 상임심판관 -1997년 재정경제부 공보관 -1998년 코리안리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