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 전 장관은 5일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은 현 정부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또 공무원은 구조적으로 주인정신이 없고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분양제는 넌센스"=그는 이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공직자의 책임성 확보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305회 정책&지식 포럼'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한 원인으로 세계적인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 반기업 정서로 인한 투자 위축을 꼽았다.
그는 먼저 "최근 2~3년 내 집값이 오른 건 전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부 정책이 신뢰를 얻지 못해 집값이 생각보다 더 올랐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부동산 열풍에 대해서는 "국민이 시장 정책에 반하는 정부 정책으로는 집값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에 집을 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법칙에 따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어나야 하는데 현 정부가 추진하거나 논의 중인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격 규제, 후분양제는 공급을 줄이는 정책으로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것.
특히 후분양제에 대해서는 "없는 집이라도 팔아서 안정을 시켜줘야 하는데 있는 집을 나중에 사라고 해서 불안을 부추기는 건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는 "수요를 줄이는 정책"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전 장관은 또 "지금 국민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패닉(공황)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거품이)얼마나 더 갈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오른 집값, 점점 줄어드는 구매 계층 등 떨어질 요인도 많으며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이 관여 안 하는 게 최선"=노정부가 정부혁신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비효율적인 구조적 원인으로 그는 주인정신의 부족, 경쟁과 도산의 우려가 없는 환경, 부족한 경영마인드와 비용 개념, 정확한 평가와 인센티브가 어려운 상황을 들었다.
최 전 장관은 "공무원은 구조적으로 주인정신이 부족하고 책임성의 소재를 묻기 힘들기 때문에 가능한 한 민간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초대 건교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재직 시에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시발점이 된 10·29 대책을 통해 신도시건설을 통한 지속적인 주택공급과 실수요자 중심의 세제 개선안을 내놨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