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마구치 현 미네 시에 신축되고 있는 첫 민영 교도소의 감방. 창문에 쇠창살을 없애는 대신 강화유리를 사용해 죄수의 탈출을 막는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 법무성이 4일 야마구치(山口) 현 미네(美>) 시에 신축 중인 28ha(280만㎡) 넓이의 최신형 교도소를 보도진에 공개했다.
남녀 수형자 각 5000명을 수용하게 될 이 교도소는 쇠창살 대신 강화유리를, 높은 콘크리트 담 대신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격자형 담을 사용했다. 수형자의 옷에 위치 파악용 무선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것도 기존 교도소와 다르다.
하지만 가장 큰 특징은 일본에서 민간이 건설하는 첫 교도소라는 점. 이곳에서 근무하게 될 직원 500명 가운데 절반은 민간인이다.
일본이 교도행정까지 민영화를 서두르는 데는 수형자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 정부의 능력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본의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된 인원은 1993년 3만여 명에 불과했으나 1996년 4만 명, 2001년 5만 명, 2003년 6만 명 선을 넘어 올해 7월 말에는 7만737명에 이르렀다. 패전 뒤인 혼란기(1948∼1951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더구나 정원을 16%나 웃돌다 보니 대부분의 교도소는 독방에 2명씩, 6인실에는 8명씩을 수감하는 실정이다. 형이 확정돼도 들어갈 교도소 방이 없어 구치소에 1개월 이상씩 머무는 일이 잦다.
법무성은 민영교도소를 짓는 것만으로 수형자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보고 죄질이 가벼운 범죄자에게는 실형 대신 쓰레기 줍기 등 사회봉사명령을 내리며 보석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수형자가 급증하는 원인으로는 흉악범 증가와 이에 따른 법원의 엄벌주의가 흔히 꼽히지만 전혀 다른 분석도 나온다.
범죄 및 교정 전문가인 하마이 고이치(浜井浩一) 씨 등은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월간지 론자(論座)에서 “흉악범죄와는 거리가 먼 고령자나 정신지체장애인 수형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약자들이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들어갈 수 있는 ‘복지시설’은 교도소뿐이기 때문에 만원이 됐다는 설명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