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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쟁 같았던 한 해…‘와인 한잔의 음악 송년회’

입력 | 2006-12-06 03:01:00


《고려대 영문학과 76학번 동기생들은 대학 입학 30년 만에 처음으로 콘서트장에서 송년회를 하기로 했다. 이들은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학 시절 좋아한 가수 양희은 씨의 콘서트를 본 뒤 인근 카페에서 맥주를 마실 생각이다. 이 모임을 제안한 신영국(50) 씨는 “30년간 우정을 나누며 살아왔듯이 앞으로 30년도 잘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웰빙형’ 송년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폭탄주와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몸 망가지는’ 송년회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대안은 몇 년 전부터 번지기 시작한 문화공연과 함께하는 송년회. 특히 소규모 공연장에서 우리만의 공연과 파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연말모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가족과 지인들과 공연도 보고 파티도 즐기고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고전음악 강좌 수강생들은 23일 이색 송년회를 마련한다. 회원들이 직접 연주자를 초빙해 여는 ‘우리만의 송년 음악회’. 올해 영국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선욱 군과 서울예고 학생들로 구성된 현악4중주단(첼로 박소진, 바이올린 김유은 신정은, 비올라 황여진)이 연주자로 초청됐다. 장소는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리허설룸. 의자 200개를 놓고 수강생과 가족들이 함께 연주를 듣는다. 조남숙 회장은 “문화적 혜택이 많지 않은 지방에서 이렇게 우리만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다”며 뿌듯해 했다.

요즘엔 파티 시설을 갖춘 소규모 음악홀도 인기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DS홀’과 강남구 대치동의 ‘마리아 칼라스홀’, 종로구 부암동의 ‘아트 포 라이프’ 등이 있다.

최근 문을 연 51석 규모의 마리아 칼라스홀에는 12월 한 달 중 23일간이 단체 예약으로 차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AV시스템이 잘 갖춰진 홀과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살롱을 갖춘 이곳에는 동창 모임,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 고객 모임, 동호회 모임 등이 예약돼 있으며 영화, 오페라 DVD 감상, 성악가나 앙상블 초청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로비와 테라스에서 식사와 와인 파티를 할 수 있는 DS홀(100석)에서는 19일 증권선물거래소 임직원들이 현악 앙상블과 통기타 가수와 함께하는 송년회를 가질 예정이다. ‘아트 포 라이프’(50석)에서도 재즈, 국악, 클래식 등 취향에 따라 공연을 즐기는 연말모임이 다수 예약돼 있다.

● 자선, 나눔, 이벤트가 있는 ‘문화 송년회 ’ 인기

“송년회를 하면 술 마시고 이야기하는 것까진 좋은데, 마지막엔 꼭 분위기가 망가지잖아요. 그런 게 싫었어요. 몇 년 뒤에도 기억에 남는 송년회를 하고 싶습니다.” 스윙댄스 동호회 ‘해피스윙’ 회원인 이형수(30·농협 경기 광주지점) 씨는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올댓 스윙바’에서 스윙댄스 발표회를 한 뒤 다음 날 회원들과 함께 자선 콘서트 ‘뷰티풀 마인드’에 갈 예정이다. 이 씨는 “공연을 즐기면서도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각은 14∼31일 창작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관람을 포함한 패키지 상품(8만∼10만 원)을 마련했다. 삼청각 측은 “예매고객 중 63%가 연말 모임용 패키지 상품을 선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송년음악회프라하 소년소녀 합창단7일 7시 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0일 3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만3000∼6만6000원. 02-548-4480숙명가야금연주단 ‘아주 특별한 송년음악회’9일 7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3만∼5만 원. 02-710-9889서울시합창단과 할렘영가단의 ‘성탄송년음악회’11일 7시 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만∼7만 원. 02-399-1779킹스 칼리지 합창단 크리스마스 콘서트16일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4만∼12만 원. 02-586-2722뷰티풀 마인드 콘서트10일 5시 워커힐호텔 비스타홀. 수익금은 전액 세계 극빈가정 어린이 돕기에 기부. 소프라노 김원정. 12만 원. 02-2195-5150하피스트 곽정의 크리스마스 콘서트24일 3시, 7시 반 영산아트홀. 2만∼5만 원. 02-780-5054송영훈의 화이트 크리스마스23일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만∼10만 원. 02-580-1300뮤지컬 ‘인당수 사랑가’14∼31일 삼청각 예(藝)푸리. 3만∼4만 원. 삼청각 내 한정식당 ‘이궁(異宮)’의 수라상과 VIP 관람권을 함께 주는 패키지(8만, 10만 원)가 연말모임용으로 인기. 02-765-37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