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쇼노트
9일 서울 대학로 두레홀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굿 바디(Good Body)’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쓴 이브 엔슬러의 최신작이다. 외모지상주의에 일침을 가하는 이 연극에선 세 여배우가 모놀로그 형식으로 여성의 몸(매)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모든 몸은 굿 바디이며 내 몸을 억압하는 것은 결국 세상이 아닌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지나 연출은 오디션을 통해 김광덕과 박수민을 ‘평범한 몸’으로 캐스팅했지만 ‘S라인’의 완벽한 몸, 그리고 ‘B라인’의 뚱뚱한 몸도 필요했다.
결국 연예계 ‘몸짱’으로 손꼽히는 탤런트 김세아(왼쪽 사진)와 넉넉한 몸매로 TV와 무대를 넘나들며 활동 중인 하재숙(오른쪽 사진)이 뽑혔다. 이들이 말하는 ‘굿 바디’ 이야기.
○S라인 김세아의 이야기
극중에서 이런 대사를 해요. 뷰티 이즈 파워(Beauty is Power), 뷰티 이즈 머니(Money), 뷰티 이즈 에브리싱(Everything)! 에브리싱은 아니더라도, 연예계에서는 셋 다 어느 정도 맞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굿 바디는 단지 날씬하고 예쁜 몸만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긍심을 포함한 통합적인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작품 주제이기도 해요.
전 170cm에 51kg이에요. 좀 마른 편이긴 해도 전 제 몸이 좋아요. 연습장에서도 매트를 갖다놓고 윗몸일으키기를 하죠. 이 정도도 안 하고 날씬해지고 싶어 하면 정말 요행을 바라는 거죠.
‘굿 바디’에 출연한다고 했더니 다들 말하더라고요. “왜? 네가 굿 바디라서?” 그런 말이 기분 나쁘지 않냐고요? 솔직히 전 좋아요. 시작은 몸이었을지 몰라도 열심히 하면 제 몸뿐만이 아니라 좋은 연기까지 보일 수 있는 기회잖아요. 제가 맡은 역인 여배우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이런 말을 해요. “난 랑콤을 대표하는 모델이었어. 물론 그건 내 얼굴 덕분이었지만 그래도 난 이 기회에 밝히고 싶어. 난 최선을 다했고, 사람들에게 립스틱보다, 아이섀도보다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보여 주고 싶었어.” 저도 그래요.
○B라인 하재숙의 이야기
‘굿 바디’에 출연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뭐, 굿 바디? 푸하하하∼”란 반응을 보이던데요. 전 172cm에 몸무게는…80kg쯤? 이 세상에서 날씬한 사람들이 더 편하게 살아가는 건 사실이죠. 그런 면에서 ‘뷰티 이즈 파워’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다이어트가 정말 필요하면 하겠지만, 아직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고, 술자리의 즐거움도 포기할 수 없거든요. 스스로 굿 바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뚱뚱해서가 아니라 건강하지 않아서죠. 굿 바디는 건강한 몸이라고 생각해요.
뚱뚱해서 여배우로서 힘들었던 것? 별로 없는데요? 하긴 제 대사 중에 “나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척, 이런 게 내 자격지심을 감추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대목이 있죠. 솔직히 이제껏 맡은 배역 중 제일 비중 있죠. 아마 몸 때문에 캐스팅됐겠지만 그렇다고 ‘뚱뚱하기만’ 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덩치 있는 여배우들 중에서 저를 택했을 때는 저만의 무엇인가가 있다는 거잖아요. 스스로에게 만족해요. 연출가 선생님도 그러셨죠. 관객들이 마지막 순간 너를 아름답게 느낀다면 이 연극은 성공이라고.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