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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올려 집값잡기, 日실패 되풀이 우려”

입력 | 2006-12-07 02:59:00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 내정자가 6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금리를 올려 부동산 거품(버블)을 제거하려다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될 위험이 크다.”

일본 가쿠슈인(學習院)대 경제학부 이와타 기쿠오(岩田規久男·64·사진) 교수는 “어떤 선진국도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금리를 올린 사례는 없다”면서 “일본은행의 대실패가 소중한 교훈을 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과 금융 문제에 모두 정통한 권위자인 그는 날카로운 정책 비판과 제언으로 이름을 날려 온 일본의 스타 경제학자. 그의 저서 ‘금융정책의 경제학’은 일본의 금융정책을 공부할 때 빼놓아선 안 되는 필수 교과서이며, 그가 1990년대 일본은행의 최고 이론가인 오키나 구니오(翁邦雄) 전 일본은행금융연구소장과 주고받은 논쟁은 일본 경제학계에서 유명한 논쟁 중 하나로 꼽힌다.

―1980년대 중후반 일본에서 부동산 버블이 생겨난 원인은 무엇인가.

“1983년경부터 해외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도쿄(東京)에 지점을 내면서 런던이나 뉴욕에 필적하는 국제 금융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이런 가운데 국토청이 1985년 ‘도쿄에 2000년까지 초고층 빌딩이 250동가량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해 토지 매입 붐에 불을 질렀다. 또 대기업들이 해외 자금을 조달함에 따라 돈을 운용할 곳이 없어진 대형 은행들이 부동산과 유통 분야의 중소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을 늘린 것도 원인이 됐다.”

―버블은 반드시 꺼진다고 할 수 있나.

“버블은 만들어질 때부터 꺼질 운명이다. 가격이 계속 오르다보면 ‘올랐으니까 오를 것’이라는 믿음에 언젠가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시기가 문제일 뿐 누군가는 상투를 잡는다. 버블은 내버려둬도 스스로 꺼지지만 대개는 실물경제나 정책의 변화가 직접적인 붕괴 계기를 제공한다. 일본에서는 1989년 5월 이후 일본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 조치와 1990년 3월 정부의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 시행이 버블 붕괴의 직접적인 계기였다.”

―버블 붕괴는 일본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버블이 꺼지기 전 일본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4%대였다. 하지만 이후 평균 1%대의 저성장이 10년 이상 지속됐다. 이 바람에 실업과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고 가계 소득은 줄었다.”

―버블 붕괴에 가장 책임이 큰 당사자를 꼽으라면….

“일본은행이다.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을 명분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당시 물가가 오른 것은 소비세가 도입된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일본은행 관계자들의 사후 증언에 따르면 금리인상은 토지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공개적으로 토지 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물가 억제를 앞세웠을 뿐이다. 일본은행은 1991년 7월 완화정책으로 다시 변경했지만 금리 인하 폭이 너무 작았다. 당시 일본은행과 일본 정부는 버블 붕괴가 경기 악화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가.

“부동산 가격이 올라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때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에 영향이 없을 때는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 금리 인상은 그 효과가 버블을 없애는 데 한정되지 않고 실물경제(펀더멘털) 자체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버블대책으로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일본이 버블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뒤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버블은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이다. 특히 정부는 개발 청사진 등을 내걸어 버블을 부추겨선 안 된다. 하지만 버블이 일단 생겨난 다음에는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수단으로 금융정책이 적절하지 않다면 어떤 대안이 있는가.

“공급 확대가 최선의 대책이다. 물론 세제를 통한 수요 억제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율 인상이 거센 논란을 빚고 있다. 보유세율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토지 보유세는 높여 택지 공급을 늘리되 건물 보유세는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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