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사는 J 씨는 서울 세종로까지 출퇴근한다. 경기 차적(車籍) 버스를 타게 되면 서울시내 지하철과 버스의 환승할인이 인정되지 않는다. 승용차를 몰고 다니자니 남산 1호 터널을 지날 때 왕복 통행료 4000원이 큰 부담이다. 요일제에 참여하는 서울 승용차는 편도 2000원을 1000원으로 할인받는 것을 보면 화가 치밀기도 한다. 전자태그로 요금을 계산하는 서울시내 공영주차장은 아예 이용할 수조차 없다.
서울 경기 인천을 아우르는 수도권은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다. 그럼에도 삶의 환경은 ‘행정구역’이라는 지극히 기계적인 벽(壁)으로 막히고 단절돼 있다. 수많은 비(非)서울 수도권 주민들이 매일 J 씨와 같은 불편을 겪고 있는 이유다. 서울시민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세금은 경기 인천에서 내면서 서울의 환경 교통문제만 가중 시킨다”는 것이다. 각종 혐오시설의 설치와 이용을 둘러싼 갈등도 여간해선 풀리지 않는다. 수도권이 하나의 유기적 공동체로 돌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수도권 3개 시도가 환경 교통문제에 관한 공동관심사를 함께 해결하자는 공동협약을 맺는다. 우선 내년 하반기에 서울∼인천 간 현행 환승할인제 적용을 경기지역까지 확대하고, 2009년부터 저공해장치를 달지 않은 노후 경유차량은 3개 시도에서 운행할 수 없게 할 계획이다. 작은 출발이지만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 전에도 인접 시도 간 경제협력 협약 사례는 더러 있었다. 경기도 일부 시에선 지하철노선 연장과 쓰레기처리장 유치를 맞바꾸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했다는 소식은 거의 듣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협약이 결실을 보려면 주민들에게 구체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획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같은 정당 소속 단체장들끼리의 이벤트성 정치행위로 끝난다면 주민들의 실망감만 깊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