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 나라의 경제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느냐는 혁신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선진국들이 미래의 지식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경제 전쟁에서 이기는 나라들은 연구실의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현실에 적용하고 상업적인 활용에 성공한 나라들이다.
과거에는 다른 나라의 혁신을 수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짧은 기간에 농업 경제에서 산업 경제로 옮겨간 나라들, 전쟁이 끝난 뒤 국가를 재건한 나라들이 이런 특징을 보였다. 바로 모방경제의 특징이다. 한국과 유럽은 이 범주에 속한다.
반면 혁신경제는 탐구되지 않은 영역의 개척에 근간을 둔다. ‘혁신’을 다른 말로 정의하자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목적 없이 무언가 발견될 것이라는 기대만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구글’은 미국 스탠퍼드대의 한 박사 논문에서 비롯된 예기치 않은 발견이었다. 인터넷 역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물리학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려고 만든 통신망에서 시작됐다.
이처럼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상태에서 떠올랐다가 그냥 그렇게 흘러가 버리기 쉽다. 따라서 혁신경제가 이뤄지기 위해선 연구개발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 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교육 시스템이다.
혁신경제는 또한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한다. 연구개발 자체에 투자하는 자본은 물론 대학을 비롯한 기초 교육에 투자하는 자본이 많이 든다. 투자되는 자본이 많을수록 혁신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래 혁신경제의 기초는 대학 캠퍼스와 연구실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흔히들 지식경제라고 부르는 데서 혁신경제가 비롯된다. 이를 위해 투자자들은 연구자들과 손을 잡는다. 기술은 지속적으로 진화하므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가 많은 선진국에서 지식경제가 뿌리를 내렸다는 사실은 몇 가지 수치 비교로 알 수 있다. 우선 미국의 과학자들이 가져간 노벨상 수와 다른 나라 과학자들에게 수여된 노벨상 수만 비교해 보면 된다. 전 세계 대학 평가 결과에서 나타난 수치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한 대학이 가장 최근에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에 미국 대학은 53개나 포함됐다. 유럽은 29개, 일본 5개, 호주 2개다. 영국 더 타임스가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유럽은 늦게나마 지식경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유럽연합(EU)이 2000년 만든 ‘리스본 전략’이다. EU는 이 전략에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퇴보한 유럽의 현실에 제동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EU 회원국들은 2010년까지 유럽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지식경제로 만들자는 데 합의했다.
공동의 목표는 회원국 전체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유럽 역내 총생산의 3%를 연구개발에 쓰겠다는 것과 이를 통해 교육 시스템과 정보통신기술의 개발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데 합의했다.
혁신은 과거의 기술과 시스템에 일부 덧칠을 하는 게 아니다. 거의 완전한 단절을 전제로 한다. 일부만 변화시키는 데 만족하면 혁신도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오늘날 혁신이 경제 성장의 필수불가결한 엔진이라는 점, 그리고 혁신경제의 기초를 좌우하는 것은 교육 시스템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