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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76년 이글스 ‘호텔 캘리포니아’ 출반

입력 | 2006-12-08 03:03:00


묘한 공포감이 녹음실에 번져 갔다.

영국의 비틀스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미국의 자부심’, 록그룹 이글스 멤버들은 ‘대곡(大曲)’을 직감했다. 자신들이 만든 곡이지만 경이와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글스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호텔 캘리포니아’는 1976년 12월 8일 같은 이름의 앨범에 실려 발표됐다. 앨범은 ‘물질주의에 물들고 타락으로 치닫는 어두운 미국의 은유’라는 평과 함께 단숨에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발매 직전 네덜란드 잡지 ‘지그재그’와의 인터뷰에서 멤버 돈 헨리는 이렇게 말했다.

“1976년은 미국 건국 200주년의 해입니다. 캘리포니아를 ‘작은 미국’으로 두는 건국 200주년 기념 메시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었어요. (미국이) 지난 200년 동안 잘해 왔지만 이를 이어가려면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고요.”

길고 반복적인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로 시작하는 타이틀 곡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사람들은 낭만적이고 풍요로운 캘리포니아가 아닌 반어(反語)와 조롱을 발견했다. 이글스는 1970년대를 ‘긴장과 갈등의 시대’로 봤고 ‘호텔 캘리포니아’에 그 시대를 담았다.

당시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평론가 로버트 힐번은 “1970년대에 만연한 ‘자아도취’와 씨름한 몇 안 되는 그룹이 이글스”라면서 “캘리포니아를 국가에 비유해 아메리칸 드림의 욕망 추구 과정을 잘 그려냈다”고 평했다.

그러나 치솟는 인기와 함께 가사의 모호한 해석을 두고도 논란이 분분했다.

‘당신은 언제든지 체크아웃 할 수 있지만 떠날 순 없어요(You can check out every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라는 가사가 사교(邪敎)집단이나 정신병원부터 사탄, 마약중독, 아메리칸 드림을 뜻한다는 등 온갖 루머가 난무했다.

록과 헤비메탈 음악이 악마의 도구라는 손가락질 속에 이 앨범의 표지도 도마에 올랐다. 사진 속 호텔이 정신병원이나 사탄의 교회이며 발코니에 서 있는 어렴풋한 물체가 악마를 나타낸다는 비난이 이어지자 이글스가 직접 나서 “악마숭배나 비술(秘術)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이 떠들썩한 앨범은 이글스에 성공만 가져다주지 않았다.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은 이글스를 ‘상업적인’ 록그룹으로 낙인찍었다.

이글스는 한 장의 앨범을 더 내지만 더는 과거와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고 그룹은 1981년 해체됐다. 앨범 ‘호텔 캘리포니아’는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1600만 장이 팔려 나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