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전업주부 L 씨는 한 세(稅)테크 강좌에서 재산을 부부 공동명의로 하는 것이 절세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상속세와 양도소득세는 과세재산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같은 규모의 재산이라도 한 사람의 단독명의로 돼 있을 때보다는 부부 각자 명의로 해야 낮은 세율이 적용돼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L 씨는 남편과 상의해 건물 한 동(棟)을 남편에게서 증여받기로 하고 증여등기를 마쳤다.
증여등기를 마친 뒤 3개월이 지나 증여세를 신고하면서 세금을 2억 원 정도 내게 됐다. L 씨는 평소 작은 이자라도 꼼꼼히 따지는 성격이라 만기가 아직 남아 있는 본인 명의의 예금은 그냥 두고 만기가 된 남편명의 예금으로 증여세를 냈다.
그러나 얼마 뒤 세무서에서 약 5000만 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라는 통지를 받게 됐다. 남편 통장에서 돈을 찾아 세금을 낸 것은 증여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증여세는 재산을 증여받는 사람이 납세자가 된다. 납세자가 아닌 증여자가 세금을 대신 내주면 이에 대한 증여세를 또 물어야 한다. 재산을 증여받은 후 증여세를 낼 때는 이 점을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만약 증여받은 재산이 임대료 등 수익이 발생하는 재산이거나 재산을 증여받은 사람이 월급을 받는 등 다른 소득이 있으면 대출을 받아 증여세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
본인명의로 된 재산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이 가장 좋지만 본인명의 재산으로는 담보가치가 부족하거나 저당절차가 번거로울 때는 부모나 남편 등 다른 사람의 재산이나 예금을 담보로 대출받아 세금을 내도 된다. 세금을 내기 위해 재산을 담보로 제공해 주는 것은 증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세금을 내기 위해 빌린 돈과 이자를 갚는 것은 본인의 소득으로 충당해야 한다.
재산을 증여받은 사람이 아무런 소득이 없다면 증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세금 낼 돈을 증여하는 것도 증여세 누진과세를 피할 수 있어 좋은 절세방법이 된다. 예컨대 부모님이 재산을 증여하고 세금 낼 돈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증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재산을 증여하고 어머니가 증여세 낼 돈을 증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세법에서는 증여세율을 적용할 때 부부를 동일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도 저도 어렵다면 처음에 증여할 때부터 증여세를 낼 현금까지 포함해 재산을 증여하는 것도 고려해 보자. 처음부터 신고하면 최소한 10%의 자진신고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안 만 식 세무사·예일회계법인 세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