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이 추진 중인 수조 원 규모의 군용기 성능 개량 사업을 따내기 위해 군 당국과 국내 항공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미 공군은 내년부터 2015년까지 A-10 대지(對地) 공격기 수백 대와 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F-16 전투기 600여 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기체 보강 및 성능 개량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탱크 킬러’가 별명인 A-10 공격기의 기체 보강사업은 미 공군이 보유한 이 기종의 낡은 주익(主翼)을 티타늄과 같은 강력한 재질로 교체하는 것으로 관련 예산만 약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지난해 5월 자국 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보잉, 한국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 등 각국의 항공업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사업 설명회를 열었으며 본격적인 업체 선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KAI와 대한항공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으며 국방부와 방위사업청도 한국 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미 국방부와 국무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 공군은 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F-16 전투기 600여 대의 전자 항법장비를 최신형으로 전면 교체하고, 전투기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주요 기체골격을 정밀 보강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천억∼1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사업에도 KAI와 대한항공이 국외 업체들과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으며, 미 공군은 내년 3월경 업체를 선정해 계약할 방침이다. 미 공군 관계자들은 지난달 한국 업체에 대한 현지 실사에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1980년대부터 태평양 지역 미군과 한국군의 군용기 정비와 성능 개량 사업을 해 왔고, KAI는 5월 주한 미 공군 F-16 전투기 21대의 개조 정비 사업을 수주하면서 군용기 정비와 성능 개량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다른 군 소식통은 “그간 국내 업체가 수주한 미 군용기 정비 사업의 최대 규모가 1000억 원 안팎”이라며 “국내 업체가 사업을 수주하면 막대한 외화 획득은 물론 한국 항공산업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