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11일 “대한민국 정부가 사실상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북한 지역에서의 인권침해 행위나 차별 행위는 인권위의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힌 데 대해 찬반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권위 발표에 대해 보수 성향의 일부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은 “인권위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회주의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인권위가 3년이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연구해 온 데다 최근 위원장이 바뀌어 특단의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인 결론을 냈다는 반응도 있었다.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는 “북한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지 않으므로 북한 주민의 인권에 개입할 수 없다면 탈북자 역시 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도 “헌법에 따르면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과 똑같은 지위를 갖는다는 게 일관된 견해”라며 “인권위는 조사 대상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을 자제하고 여성, 장애인 등 약자에 대한 인권을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한 지역 내의 인권을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인권위의 발표가 적절했다는 의견이 이에 맞선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헌법상 북한의 영토가 대한민국에 포함된다고 해도 어떻게 직접 개입을 하겠느냐”며 “경찰에게 김정일을 잡아 오라고 요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박정은 팀장은 “인권위는 현실적으로 정부에 직접 개입이 아닌 개선 정책에 대한 권고를 하는 수위가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