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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가 석학 10명 선정 발표

입력 | 2006-12-12 14:43:00


한국 학계는 언제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 우수한 연구자를 집중 육성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국가 위상을 높이고, 젊은 학자들에게 장기적인 연구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석학(Star Faculty) 지원사업의 두 번째 수상자가 나왔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은 12일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업적을 낸 서울대 임지순 물리천문학부 교수 등 10명을 국가석학으로 선정 발표했다.

올해 선정된 국가석학은 수학 분야에 채동호 교수(성균관대)와 황준묵 교수(고등과학원), 물리학 분야에 국양 교수(서울대) 이기명 교수(고등과학원) 이수형 교수(연세대) 임지순 교수(서울대), 화학 분야에 김명수 교수(서울대), 생물학분야에 최의주 교수(고려대), 지구과학 분야에 김기현 교수(세종대) 이형목 교수(서울대) 등이다.

국가석학은 국제적인 과학논문인용색인(SCI) 피인용 횟수가 1000회 이상(수학 분야는 100회, 지구과학 분야는 300회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이들은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요건심사·업적심사·전공심사·국외전문가 평가·선정위원회 최종심사 등 5단계로 심사를 통과했다.

이번에 선정된 국가석학 가운데 임지순 교수는 SCI 피인용 횟수가 4393건으로 노벨상 수상자들의 평균인 5000건에 근접하고 있다. 이기명 교수는 2735회, 김명수 교수는 2715회다.

국가석학으로 선정되면 5년간 이론분야 연구는 매년 1억 원, 실험분야 연구는 매년 2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필요한 경우 5년 간 더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해 시작된 이 사업에서 물리, 화학, 생물 분야 국가석학으로 선정된 11명은 활발히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올해 국가석학 선정 분야에 수학과 지구과학을 추가한 데 이어 단계적으로 공학과 인문학을 추가할 계획이다.

▽물리학 분야=임지순 교수는 경기고 수석 졸업에 예비고사 전국 수석, 서울대 수석 입학 으로 어릴 때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그는 고체의 다양한 성질을 양자역학 이론에 기초해 계산하는 방법을 개발해 '계산물리학'이란 새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다. 그가 1979년 발표한 이와 관련된 박사학위 논문은 피인용 횟수가 1000회를 넘어 아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보급됐을 정도다.

훌륭한 연구 업적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임 교수는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이 적성에 잘 맞아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면서 "요즘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데 인기 직업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택하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고 말했다.

20년 간 나노과학을 연구해온 국양 교수는 성능이 뛰어난 주사형검침현미경을 직접 제작하는 등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 유명하다. 탄소나노튜브와 관련된 독보적인 연구로 130여 편의 논문을 네이처 등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고, SCI피인용 지수가 1800회를 넘는다. 주요 국제학회에서 110회 이상 강연을 하고 수많은 국제학회의 이사를 지내 국내보단 국제 무대에서 더 알려져 있다.

미국과학재단의 '대통령 젊은 연구자'로 활동했던 이기명 교수는 우주론, 입자물리이론, 중력이론 등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현재 관측되는 물리현상을 거의 설명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양자장론에 대한 왕성한 연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젊은 물리학도들을 위해 매년 고등과학원과 서울대가 운영하는 물리겨울캠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 교수는 높은 온도나 밀도에서 강한 상호작용의 성질 변화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핵물질의 성질 변화와 관련해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10여 명의 국내 학자들과 함께 '중이온연구모임'을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이 모임을 중국과 일본까지 확대해 한국 물리학계의 국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수학 분야=채동호 교수는 '편미분방정식의 해(解)'의 존재를 포함한 여러 수학적 성질들을 이론적으로 엄밀하게 규명한 연구로 정평이 나 있다. 10여 년 간 미해결 과제였던 '비위상적 일반해(解)의 존재성'을 증명해 2000년 수리물리학의 최고 권위지에 이 연구결과를 게재하고 여러 국제학회에서 이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오일러방정식 연구에 집중해 독창적인 연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가장 젊은 황준묵 교수는 복소기하학 분야에서 오래된 난제인 라자스펠트 예상과 변형불변성 문제를 완벽하게 증명해 세계 수학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변형불변성 문제를 1997년부터 2005년까지 100쪽이 넘는 4편의 논문을 통해 해결해 올해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황 교수는 SCI 피인용횟수가 26회지만 논문이 최우수학술지에 게재돼 국가석학으로 선정됐다.

▽화학 분야=김명수 교수는 분자 이온의 구조와 반응에 대해 기초과학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할 때마다 새로운 실험 장치를 직접 제작하고 이론적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교수는 202편의 논문을 SCI국제학술지에 발표할 만큼 바쁜 학문 연구 가운데서도 각종 학회의 임원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그는 "과학자들이 장기간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도록 국가 지원이 늘어나 반갑다"며 "더 많은 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물학 분야=최의주 교수는 생명의 신비 중 하나인 세포의 성장과 죽음에 관련된 세포신호전달을 연구했다. 최 교수는 새로운 유전자를 많이 발견했다. 그는 새로운 죽음 억제 인자로 발굴한 CIIA가 암이나 뇌질환과 관련된 인자임을 밝혀 국제특허로 등록하는 개가를 올렸다.

최 교수는 "1000여 명의 각국 생명과학 선도연구자들로 구성된 1000명의 석학 모임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과학 분야=대기환경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김기현 교수는 수은이나 납 등 대기환경 속의 유해물질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다. 김 교수는 1990년대 북미 지역에 머물면서 대기환경에 존재하는 수은의 특성과 배출량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현재는 아시아권에서 수은의 순환과정을 진단하고 있다. 김 교수는 몸을 사리지 않는 현장 조사를 실시해 악취시설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형목 교수는 천체물리학 이론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1984년 발표한 성간 티끌의 광학적 성질에 대한 논문은 출판된 해부터 천문학계에서 피인용 횟수가 가장 많고 지금도 매년 200회 이상 인용될 정도의 명작이다. 일본의 적외선 우주망원경 사업의 한국 측 연구책임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은하계 진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