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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노후 붐’의 그늘, 동남아 실버부동산 사기 기승

입력 | 2006-12-12 20:06:00


"동남아 해변에 아담한 집을 짓고 매일 간병서비스도 받는 은퇴생활."

이런 감언이설에 속아 노후재산을 투자했던 일본 퇴직자들이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늘어난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도쿄(東京)의 퇴직자 A(74) 씨는 1999년 관광지로 유명한 필리핀 세부 섬에서 거주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현지법인 명의의 전단지 광고를 보게 됐다.

일본인이 경영하는 현지법인이 필리핀의 대형 부동산회사가 조성중인 주택단지건설에 참여하는 형태로 현지법인이 토지를 사서 25년간 임대하면 계약자가 스스로 집을 짓는 구조였다. 광고에는 '24시간 맨투맨 간병시스템에 현지병원과도 제휴해 노인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토지 60평의 사용권을 약 1000만 엔에 산 뒤 600만 엔을 들여 2층짜리 주택을 지었다. 그에게는 간호사가 파견된다는 얘기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현지로 가 본 그는 아연실색했다. 전화선조차 깔리지 않은 지역인데다 간호사 파견은 언감생심이었기 때문. 집을 지은 4년 뒤에는 현지 부동산회사로부터 "토지구입비가 납부되지 않았다. 360만 엔을 내지 않으면 토지와 집을 몰수하겠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비슷한 때 유사한 사기에 말려든 50~70대 퇴직자 5세대가 모여 법에 호소하기로 했다. 이들은 12일 현지법인 경영자 등을 상대로 계약금 등 모두 4000만 엔을 반환하라는 민사소송을 도쿄 지방재판소에 제기했다.

고령화 사회 일본에서는 은퇴 후 해외관광지에 장기체류하는 '롱 스테이'가 붐을 이루고 있다. 2004년 롱 스테이를 떠난 사람은 50세 이상만 약 33만 명, 이중 60세 이상이 14만 명에 이른다. 주로 물가가 싸고 의료나 간호가 충실한 동남아시아에 몰린다.

그러나 문제도 적지 않다. 가장 많은 것이 부동산매매 사고. 바가지를 쓰거나 타인명의로 등기했다가 무단으로 매각당하는 사례 등이다. 외국에서 벌어지는 사고라 달리 호소할 길조차 찾지 못하고 대부분 단념하고 만다.

이날 제소한 피해자 모임 회장(73)도 "무엇보다 롱 스테이를 꿈꾸는 같은 세대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