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100엔당 780원대로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했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품목이 많기 때문에 원화 강세는 일본과 제3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 및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내 기업들은 가파르게 진행되는 원화 강세로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4.34원 하락한 100엔당 789.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월 14일(784.27원)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현재 일본 경제의 호황을 유지하기 위해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원-엔 환율의 하락폭이 커졌다.
많은 경제 전문가는 엔화 약세-원화 강세가 대체로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 발전과정을 돌아보면 엔화에 대해 원화가 약세일 때 우리 경제는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린 반면 원화가 강세일 때는 불황이나 위기국면에 들어간 적이 많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연세대 김정식(경제학) 교수는 “외환위기 직전 원-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고 외화가 부족해진 점과 현재의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며 “정부는 엔화와 원화의 상관관계를 잘 분석해 ‘제2의 외환위기’ 같은 비상사태가 오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이틀(거래일 기준) 연속 올랐던 원-달러 환율도 이날 하락세로 돌아섰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달러 약세 전망을 내놓은 영향으로 전날보다 3.3원 떨어진 달러당 922.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