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개봉된 ‘미스터 로빈 꼬시기’는 혼혈계 미남배우 다니엘 헤니를 ‘파는’ 데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영화는 숱한 로맨틱 코미디들이 남자 주인공을 멋지게 보이려고 사용했던 ‘장르의 법칙’을 반복하는데, 그 법칙들이란 게 약간 유치하면서도 여전히 효과 만점인 것이다. ‘미스터…’에서 헤니를 띄우기 위해 구사된 클리셰(cliche·상투적 혹은 진부한 장면)들을 꼽아봤다. ‘유치한 것’과 ‘익숙해서 편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 아니던가!
① ‘싸가지’가 없다=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남성상은 이른바 ‘올짱(All+짱)’. 학벌 외모 능력 재력 등 모든 것(all)을 갖춘 남자를 뜻한다. 하지만 ‘올짱’이 되기 위해선 단 한 가지가 반드시 없어야 하는데, 바로 ‘싸가지’. 싸가지가 없어 보여야 더 매력적이다. 영화에서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잘나가는 비즈니스맨인 헤니의 첫 등장은 너무 익숙하게도 ‘싸가지’가 없다. 민준(엄정화)의 차에 들이받힌 외제 차에서 나온 헤니는 민준이 내민 명함을 받고는 흘깃 한번 쳐다본 뒤 일언반구 없이 차에 올라 휙 사라져버린다. 아, 멋져! 싸가지 없는 뒷모습….
②한국어는 못 한다=영화에 따르면 헤니는 5개 국어에 능통한 인물. 근데 하필 한국어는 알아듣기만 할 뿐 한마디도 하질 못한다. 민준이 ‘삑사리’ ‘퉁치기’ 등의 은어를 사용하자, 헤니는 기다렸다는 듯 “픽, 싸, 리?” “뚱, 치, 기?” 하고 어설프게 되뇌면서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 멋져! 한국말 못 알아듣는 이국적인 모습…. 헤니는 여자가 궁지에 처했을 때는 “Are you okay(괜찮아)?”, 여자가 실연의 아픔에 처했을 때는 “No pain, no gain(고통 없이 얻는 건 없어)” 같은 짧고 멋져 보이는 한마디를 던지는 센스까지 보여 준다.
③웃통을 벗는다=여자는 사전 약속 없이 남자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다. 격렬한 운동을 하던 남자는 땀이 흠뻑 밴 상반신을 드러내면서 문을 연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리다 헐떡이며 문을 연 헤니는 자신의 감동적인 웃통에 숨이 턱 막힌 민준에게 무관심한 듯 한마디를 툭 던진다(사진1). “What are you doing here at this hour(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아, 멋져! 건장한 육체에 싸늘한 말투…. 조깅을 하다 멈춘 그의 가슴이 땀에 흥건히 젖어 있는 건 기본(사진2). 헤니는 심심하면 뒷짐을 지거나(사진3) 골반에 손을 얹는 방법(사진4)으로 가슴근육을 부각시킨다.
④마지막엔 꼭 멋있다=클라이맥스에서 남자배우는 기막힌 한마디를 여배우에게 던지기 마련. 여배우에게 감정이입된 여성 관객들은 ‘아, 저건 내게 속삭이는 말이야!’ 하는 달콤한 착각에 빠진다. 헤니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민준에게 이런 멋지고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한마디를 속삭인다.
“당신을 알게 된 건 내 인생에 정말 큰 행운이었어. 당신은 세상 모든 남자들한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어. 이 세상 그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야. (웃으며) 떠나기 전에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어.”
아, 멋져! 몸도 마음도 말도 종합적으로 따스한 헤니….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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