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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집-맛의 비밀]용산 ‘한강 생태’

입력 | 2006-12-16 03:00:00


노란 양은 냄비가 부글부글 끓는다.

생태찌개다. 간밤 숙취에 조바심이 날 법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 겨울철에 제 맛인 생태를 기다려 온 시간을 생각하면 더 못 참을 것도 없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한강 생태’(02-716-7452). ‘삼각지 한강 집’으로 알려진 생태 매운탕 전문점이다. 과외 교사로 유명했던 김영자(69) 사장은 1980년 과외가 금지되자 식당을 열었다. 남편은 오랫동안 병석에 있었고, 키워야 할 세 아들도 있었다.

○ 주인장의 말

처음에는 ‘한강 갈비 집’이었어. 식당이면 고기가 낫다는 게 남편 생각이었거든. 1년 뒤 남편은 훌쩍 세상을 떴고, 식당 장사는 신통치 않았지. 어느 날 단골인 표구점 아저씨가 다른 것은 없냐고 묻더군. 그래서 아침에 먹던 생태찌개를 줬더니, 이 양반이 내 손을 꼭 잡으며 이러는 거야. “다른 것 말고 이것 해라. 그럼 평생 밥 먹고 산다.”

그래서 생태를 시작했지.

생태는 머리를 잡으면 처지지 않는 게 신선한 거야.

우리 집 생태찌개는 육수 맛이지. 북어 대구머리 마른홍합 민물새우 바지락 미더덕 멸치…. 14가지 재료를 3시간 동안 끓여. 집에서 이 맛을 내기는 어려울 거야. 그래도 생태찌개를 끓이려면 멸치와 민물새우만 제대로 써도 괜찮아.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좋은 생태와 육수 말고, 뭐가 중요합니까.

▽주인장=양은 냄비지. 재료에 육수를 넣은 뒤 센 불에 금세 끓여야 돼. 그렇지 않으면 생태 살이 뭉그러지고 맛도 제대로 배지 않아. 육수를 낼 때도 물이 펄펄 끓을 때 재료를 넣어야 비린내나 나쁜 냄새를 없앨 수 있어.

▽식=육수를 된장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특이합니다.

▽주=소금을 넣으면 쓴맛이 나. 된장을 쓰면 재료의 맛이 제대로 섞이지.

▽식=먹는 법도 있나요?

▽주=생태찌개는 끓으면서 맛이 몇 번 달라져. 그래서 처음에는 두부만, 그 다음은 두부와 국물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태를 먹는 거야. 우리 집에서 육수나 두부 더 달라고 하면 등짝 맞는다.

▽식=왜요?

▽주=육수는 너무 비싸서 그렇고, 두부는 더 넣으면 맛을 뺏어. 끓자마자 생태부터 먹는 사람은 ‘1학년’이야.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