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술, 가르쳐 줄 때 배워라/이인석 지음/264쪽·1만1000원·사회평론
논술은 일종의 철학시험… 생각의 크기부터 키워라
정체 모를 대상은 늘 불안과 공포를 준다. 무협영화를 생각해보자. 상대의 무예가 소림의 권법인지 무당의 검술인지를 아는 사람은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상대의 정체를 안다는 점에서 그는 이미 고수이고 싸움에서 한 수 앞서 있다.
논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논술이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그 개념과 공부 방법을 안다면 논술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길이 열린다. 이 책은 소문과 오해 속에 가려진 논술고사의 성격과 흐름을 짚어 내고 그 대비책을 세세히 일러 준다.
어떤 면에서 논술을 바라보는 이 책의 시각은 다소 파격적이다. 배경 지식에 목매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교과서가 최고의 논술 교재라고 주장한다. 또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하고 논술공부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도 한다.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 역설적 이야기이지만 차근차근 책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아하!’ 하는 생각과 공감에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논술이 어려운 이유는 논술고사가 일종의 철학 시험이고 수많은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철학자와 복잡다단한 철학의 흐름은 내신과 수능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주눅 들게 한다. 하지만 논술고사의 제시문을 미리 읽었느냐 읽지 않았느냐는 것은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자발적인 참여와 능동적 사고력이다. 설사 ‘삼국지’가 제시문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논술을 잘하는 것과 ‘삼국지’를 읽은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이 책은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무엇보다 논술에 대한 미시적 접근은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주요 제시문의 깊이 있는 분석과 다양한 활용 방안은 논술고사와 수험생들의 거리를 좁혀주고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제공한다. 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기출문제를 이용한 쓰기 연습이나 광고의 법칙을 활용하라는 충고와 조언은 논설문 작성 요령을 압축하고 있다. 나아가 대학생 선배들이 권하는 한 권의 책과 기출문제 제시문 목록 역시 논술의 훌륭한 길잡이가 되리라 본다.
논술고사를 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논술을 준비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다. 자신감을 갖고 저자의 말마따나 무조건 써 보자. 1차적으로 논술은 시험을 위한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발판임에 틀림없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