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은 일본 야쿠자(조직폭력배)의 역사에서 가장 평화로운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일본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찰청 조사 결과 올해는 야쿠자 조직 간 세력다툼이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구체적인 통계가 있는 1983년 이후 처음.
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는 지난해 여름 취임한 6대 두목이 ‘세력다툼 엄금’ 명령을 내리면서 조용한 한해를 보냈다. 야마구치구미 관계자는 “세력다툼에 연루되면 파문이나 절연을 당해 야쿠자 세계를 떠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구치구미의 이런 움직임은 2004년 조직원의 세력다툼과 관련된 민사소송에서 최고재판소가 ‘사용자 책임’을 물어 두목에게도 연대배상판결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재판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몸조심인 셈.
경찰청은 6월 도진카이(道人會)라는 야쿠자 조직이 분열되면서 총격사건이 일어났지만 통계상 세력다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청 통계는 보복공격이 있을 때만 야쿠자 조직 간 세력다툼으로 분류하는데 도진카이 총격사건은 그 유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
야쿠자 조직 간 세력다툼이 가장 심했던 해는 1985년으로 모두 293건에 이르렀다. 특히 야마구치구미와 이치와카이(一和會)의 ‘전쟁’으로 야마구치구미 4대 두목을 포함해서 25명이 숨졌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