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고/장롄구이]6자회담 ‘시간표’부터 짜라

입력 | 2006-12-18 03:00:00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이 18일 재개된다. 공식적으로는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다. 이번 회의가 전과 크게 다른 점은 북한이 10월 9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悍然·한란)’ 핵실험을 실시해 질적 변화가 발생했고, 6자회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北, 시간 벌기 수단 악용 우려

각국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줄기차게 주장하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게 지극히 어려움을 알고 있다. 하지만 6자회담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 여전히 동의한다.

이번 회의는 6자회담의 가치와 생명력을 검증하는 첫 번째 자리가 될 것이다. 반드시 실질적인 성과와 진전을 이룩해야 한다. 성과 없이 얼굴만 맞대는 회담으로 끝나거나 시간만 끌면 북한을 ‘핵 국가’로 사실상 인정하는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계속 성과가 없으면 각국은 6자회담의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른 방도를 찾을 것이다.

필자는 각국의 성의 있는 자세를 얼마나 높이느냐와 ‘6자회담의 제도적 건설’이 관건이라고 본다. 성의 있는 자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를 각국이 진심으로 인식하고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6자회담은 지금까지 두 가지 지위를 갖고 있었다. 하나는 문제해결의 기제로서의 지위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를 질질 끄는 기제로서의 지위다. 전자는 6자회담을 북한 핵문제의 해결수단으로 본다. 조기에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 따라서 모든 것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주제에 집중된다.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은 다른 회담에서 해결하려 한다.

후자는 대화를 회담의 목적으로 본다. 한반도 비핵화가 목적이라는 걸 인정하지만 실현은 미래의 먼 일이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이런 태도는 ‘시간 벌기’를 하려는 쪽에 유리하다. 6자회담이 3년여간 진행됐지만 북한은 이 기간을 이용해 핵보유국이 됐다.

지금까지의 6자회담과 1997∼99년의 중국 한국 북한 미국의 4자회담, 2003년 4월의 중국 북한 미국의 3자회담의 경험에 비춰 보면 ‘6자회담의 제도적 건설’이 얼마나 절박한 일인지 알 수 있다.

‘6자회담의 제도적 건설’의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6자회담을 위한 대략의 ‘로드맵’ 즉 시간표를 짜는 일이고, 또 하나는 현재의 부정기적 회의를 정기 회의로 바꾸는 일이다.

왜 시간표가 필요한가? 6자회담은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화가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인 상황에서 방법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에 손상을 줘서는 안 된다. 5년, 10년 회담만 계속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또 하나는 북한의 핵개발 계획 때문이다. 대화 중에도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북한의 핵무기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로드맵 따라 정기화해야 진전

4자회담은 항상 차기 회담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끝나는 바람에 자주 중단되다가 아무런 결과도 도출하지 못한 채 종결되고 말았다. 6자회담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1년 이상 중단되기도 했다. 부정기적인 회담을 정기 회담으로 바꾸는 게 필수적이다. 차기 회담의 날짜 확정을 기피한다면 당사자에게 파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6자회담의 제도적 건설’은 6자회담이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게 하는 보증이자 실질적 진전의 체현이다. 재개되는 6자회담에서 시간표를 만들고 6자회담을 정기회담으로 만든다면 이는 6자회담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실질적인 성과가 될 것이다.

장롄구이(張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