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생명체는 ‘ET’ ‘에일리언’ ‘화성침공’ 같은 SF 영화들의 단골 메뉴가 되어 왔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미확인비행물체(UFO) 출현 보고는 끊임없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이다. 우리가 외계생명체에 대해 본능에 가까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마도 ‘인간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혹은 ‘인간은 우주의 유일한 지적생명체인가?’라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화성에서 물 흔적을 추적하는 미국, 화성 탐사선과 명왕성 탐사선(뉴호라이즌)을 보낸 유럽…. 인간은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해 태양계 행성에 대한 열렬한 탐험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계속되어온 ‘외계지적생명체 탐사계획(SETI·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의 결과로 화성과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등에서 외계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한다.
현재 우주생물학(Astrobiology)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으로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체를 존재하게 하는 상황은 무엇인가?’ ‘어떻게 생명체를 찾아낼 수 있는가?’ 등과 같은 흥미로운 질문에 대해 활기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흥미로운 분야이다. 아직도 이 분야는 여러 과학자가 비꼬았듯이 주요한 주제가 없는 과학이기도 하지만, 이름에서 풍기듯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NASA의 우주생물학 탐사에 많은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물의 존재 가능성이다. 생명체는 액체 상태의 물에 의존하기 때문에, 물이 존재하는 환경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 화성 동토층이나 목성 위성인 유로파 표면에서 외계 생명체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화성은 지하에서 방대한 양의 얼음이 발견되었으며, 목성 위성 가운데 가장 작고 달과 크기가 비슷한 유로파는 물 성분의 얼음으로 일부가 덮여 있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우주생물학에 희망을 갖게 하는 또 다른 발견은 지구 극한의 환경에서 존재하는 생명체들이다. 남극의 빙하 밑과 심해 열수구(thermal vent) 주변, 그리고 섭씨 100도 이상 초고온의 뜨거운 온천수, 쇠까지 녹여버리는 극단적인 산성 환경, 극도로 오염된 폐기물 같은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고세균(Archaea) 등의 극한생물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심해 열수구에 사는 생물체들은 태양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다른 에너지 원천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평범한 생물들과는 별개의 생명체처럼 보인다.
이러한 발견들은 어떻게 이들 생명체가 지구에 존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몇몇 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 생명체의 유전자는 40억 년 전 지구 생성기에 우주에 존재했던 외계 미생물체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행성과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때 지구로 날아와 지구 생명체들과 공존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 외계 생물체 가운데 일부는 오늘날까지 발견되지 않은 채 지구 어딘가에 생존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추정도 하고 있다. 최근 영국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저명한 과학자 70명을 대상으로 ‘50년 후에 일어날 사건’을 질문하였더니, 많은 과학자들이 “외계생명체의 발견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더는 인간이 우주에 남겨진 외로운 지적 존재가 아님을 확인하리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선 우주인 후보들이 선발되어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한국인이 우주에서 지적생명체와 조우할 날도 그만큼 가깝게 다가온 것이다.
김창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