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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배부른 프로' 비판 가슴에 새기고…

입력 | 2006-12-20 02:59:00


‘겨울 스포츠의 꽃’ 농구가 대목을 맞았는데도 ‘도하 쇼크’에 휘청거리고 있다.

남녀 모두 수십 년 만에 아시아경기 노메달의 수모를 당해서다.

17일 귀국한 남자 대표팀 선수들은 소속 팀에 복귀해 이번 주부터 프로리그 출전을 재개했다.

모비스 양동근은 귀국 당일 삼성과의 홈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김포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연고지 울산에 내려갔으며 경기 후 다시 짐 정리를 위해 상경하는 등 하루에 항공기를 세 차례나 타는 강행군을 펼쳤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동근이가 아시아경기 성적 부진으로 뭔가 만회하려는 부담이 커 보였다”고 말했다.

양동근처럼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코트에 나서게 됐다.

내년 1월 5일 겨울리그 개막을 앞둔 여자프로농구도 잔칫상을 앞에 두고 찬물이라도 얻어맞은 듯하다.

한국농구연맹은 18일 출범 10주년을 맞아 프로농구 발전을 위한 야심 찬 심포지엄을 열었으나 썰렁한 주변 상황 속에서 당초 예상했던 열기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금메달을 딴 비인기 종목 선수와 달리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의 해이한 정신력은 비난을 받았다. 부상 선수가 많았고 예상과 달리 쌀쌀한 날씨와 선수촌 내 음식 반입 금지 등으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영향도 물론 있다.

무리한 대표팀 세대교체 후 상대 국가에 대한 정보 수집 같은 기본적인 노력도 없었던 대한농구협회는 책임을 통감한 듯 18일 상임이사 전원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남자 대표팀의 간판스타인 동부 김주성은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시적인 퇴보로 받아들이고 싶다. 너 나 할 것 없이 열심히 뛰고 좋은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구를 아끼는 팬들도 그런 마음일 게다.

새해에는 뜨거운 인기 속에 ‘코트의 국민 동생, 국민 오빠’들이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