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나이가 몇 살인데 게임한다고 돈을 이렇게 썼다는 거예요? 내가 못살아.”
지난달 온라인 게임 아이템 구입비로 50만 원을 결제한 직장인 윤보람(31·서울 성동구 성수동) 씨는 최근 카드청구서를 받아 본 아내의 질책에 담배만 피워댔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점심 내기’용 게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A게임을 하던 윤 씨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강력한’ 아이템 구입에 무리하게 투자한 것이 화근(禍根)이었다.
윤 씨는 “게임 속 캐릭터의 성능을 높여 주는 ‘아이템’을 살 때마다 새로운 경쟁을 하는 재미가 있다”라며 “경쟁적으로 아이템을 구입하다 보면 밥값보다 비용이 더 들기도 하지만 승부욕에 빠지면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요즘 윤 씨처럼 게임을 하다가 수십만 원을 투자하는 직장인이 흔하다.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게임은 무료로 제공하지만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은 별도로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금제는 기존에 게임 CD를 한번 팔면 평생 무료로 게임을 하는 ‘패키지 요금제’나 일정 기간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액 요금제’보다 저렴해 게이머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게임업체들이 선호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영화 같은 스케일과 화질의 게임개발비가 100억 원을 육박하자 장기적인 수익 모델이 게임업계의 화두다.
일부 게임업체는 휴대전화, 인터넷 등의 소액 결제를 통한 아이템 판매만으로 월 30억∼50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생기고 있다. 게이머들이 게임 중 획득한 아이템을 팔면서 게임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재판매하는 음성적인 중개 사이트가 늘고 있는 것.
게임이 아니라 재판매가 목적이 되면서 게임 아이템을 둘러싼 명의 도용, 해킹 등과 같은 불법 행위와 돈을 목적으로 게임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학부모정보감시단에 따르면 국내 아이템 중계 사이트는 200여 개에 이르며 연간 거래 금액은 8000억 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 법사위가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등의 재판매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게임시장은 살리면서 아이템 유통은 차단할 수 있는 복안이 나올지 기대되고 있다.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