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하면서 ‘대학 수업은 과연 어떨까’라는 기대감으로 강의실에 들어섰던 기억이 난다. 중고교와는 다른 방식의 수업, 특히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강의가 주를 이뤘는데, 교수님마다 가르치는 방법이 달라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
멀티미디어 기기가 수업의 질적 향상을 가져 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자료의 활용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장면이나 동작의 경우 영상자료를 이용하면 쉽게 이해된다. 또 미리 만든 자료로 강의를 진행하므로 수업이 순서와 형식을 갖추는 등 짜임새가 있다. 멀티미디어 수업이 장점만 갖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는 일을 오히려 방해하는 면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학생은 강의 자료를 인터넷에서 받을 수 있어 필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보니 강의에 집중하기보다는 주위 친구와 잡담하기 일쑤이며, 어두운 조명 탓에 잠을 자기도 한다.
수업 내용을 전달하는 데도 불편이 따른다. 모든 강의실이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갖추면서 이제는 스크린이 칠판의 중앙을 차지한다. 파워포인트 자료로 수업을 하다가 관련된 내용을 교수가 칠판에 쓰기 쉽지 않다. 자료로 표현하기 어렵고, 말로만 설명하기에 까다로운 내용은 판서를 통해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스크린을 치우고 칠판에 쓰기 어려우므로 준비한 내용만을 전달하는 바람에 틀에 박힌 수업이 되기도 한다.
멀티미디어 수업의 단점 때문에 그런 수업이 나쁘다거나, 포기하자는 말은 아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일 테니 말이다. 단점은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요즘엔 태블릿 PC처럼 필기를 할 수 있는 컴퓨터가 많이 생겼다. 교수가 컴퓨터를 통해 바로바로 글씨를 쓸 수 있는 기능이 마련되면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나거나 보충할 내용을 학생에게 설명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수업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과 단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판서 위주의 수업 역시 단점이 있지만 과거의 방식이라고 장점마저 가벼이 여길 수 없다. 판서와 멀티미디어의 장점을 발전시키면 수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민 KAIST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