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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권 발행 인물초상 선정이 최대 난제

입력 | 2006-12-21 15:24:00


고액권 발행의 허가권을 쥔 재정경제부가 고액권도입에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함에 따라 새로 도입될 10만원권, 5만원권의 지폐 도안으로 누가 선정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액권 발행을 위한 절차는 우선 한국은행이 도안과 규격을 확정해 발행 계획을 수립, 재경부에 제출하면 재경부의 승인과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발행 작업에 들어간다.

일단 정부 승인과 금통위 의결이 이뤄지면 지폐 인물초상 선정과 도안 확정, 조폐공사의 인쇄기판 제작, 인쇄 등의 작업에 2년 정도의 시일이 소요된다.

이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작업은 다름 아닌 인물 초상의 선정 작업이다.

과거 박승 한은 총재 재임중 마련된 한은의 화폐제도개선방안에는 액면단위변경(리디노미네이션)과 함께 고액권 발행 방안을 병행해 추진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었으며 당시 지폐권종을 3종에서 5종으로 늘리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었다.

지폐권종을 늘리면서 인물초상을 ▲정치인 및 군인 ▲학자 ▲애국지사 ▲과학자 ▲여성 등 5개군으로 나눠 일반인을 상대로 인물 선호도 설문조사까지 마쳤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로는 정치인.군인으로는 세종대왕, 애국지사는 김구, 과학자는 장영실, 여성은 신사임당, 학자는 이이 등이 가장 높은 응답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그러나 기존의 1000원, 5000원, 1만원 지폐의 인물초상을 완전히 교체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으나 고액권발행과 리디노미네이션이 무산되고 위.변조 방지 기능 보강을 위한 지폐 도안교체만 추진키로 정부 방침이 정해짐에 따라 1000원, 5000원, 1만원 지폐의 인물초상은 종전 그대로 유지됐다.

따라서 새로 도입될 5만원, 10만원 지폐의 인물 도안은 별도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거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지폐와 주화에는 정치인.군인으로 세종대왕(1만원)과 이순신(100원), 학자로 분류되는 이이(5000원), 이황(1000원)이 이미 채택돼 있기 때문에 애국지사와 과학자, 여성 가운데 2명이 선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물선호도에서 백범 김구는 항상 설문조사 때마다 상위권에 랭크돼 온데다 항일독립운동이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을 감안하면 10만원권 인물초상에 채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5만원권 인물초상으로 과학자와 여성 가운데 누구를 채택하는가 하는 점이다 수년전 한은이 마련한 화폐제도개선방안에서는 과학계를 대표하는 장영실을 인물도안으로 하는 안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성계쪽에서는 기회있을 때마다 여성 위인을 반드시 새 화폐 도안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2004년초에는 한 여성단체가 신사임당을 새 화폐도안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가두캠페인을 한은 정문 앞에서 벌인 적이 있다.

2004년말에는 `새지폐에 우리 과학자 얼굴 모시기 운동 추진위원회'(위원장 연세대 의대 방사선과 정태섭 교수)라는 이름의 모임이 이공계.과학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2257명의 서명을 받아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을 새 지폐의 도안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는 건의서를 한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폐인물을 새로 채택하는 문제를 놓고 각계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될 수 있어 한은이 적잖이 고민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인물 초상 선정문제를 빼고는 나머지는 모두 행정절차이거나 전문가들의 실무작업과 생산공정으로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라면서 "인물초상선정이 가장 큰 난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