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경제의 심각한 추락을 경고했다. 9년 전 구제금융으로 국가부도를 막아 준 IMF가 ‘한국의 성장률이 2020년에 2.8%, 21세기 중반에 2%로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현 정부 출범 후 3∼4%로 떨어진 성장이 더 악화된다는 예측이다. 한 해의 저성장은 복리(複利)처럼 다음 해에도 부담을 주어 미래의 성장을 갉아먹는다. 만약 지난 4년간의 성장률이 그전의 7∼9%까지는 못 돼도 5∼6%대만 지속했더라면 민생이 훨씬 활기에 차 있을 것이다.
IMF는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고령화로 인한 노동 공급 부족, 노동시장 경직,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 자본시장 비효율, 복지예산으로 인한 재정난 등을 꼽았다. 국내에서도 자주 거론돼 온 내용들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저력을 모아 지속적으로 대응해 왔다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일이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부가 말만 앞세우며 바른 정책의 실행을 게을리 했거나, 잘못된 이념코드를 고집하며 정책을 역방향으로 몰고 간 탓에 성장력이 급격히 추락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IMF의 경고를 극복하려면 당장 종합대책을 세우고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 노사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파업 만능의 ‘철밥통 노조’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제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일할 수 있도록 고용과 해고의 유연화, 재취업 활성화, 임금피크제 등을 촉진해야 한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외치면서 자본시장의 비효율에 발목 잡힌 것도 아이러니다. 개방, 규제 타파, 경쟁 촉진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의 첫걸음이다. 복지도 일하게 하는 복지여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공감하고 ‘국민이 무얼 먹고살 것인지’에 대한 실용적 답을 찾아내는 데 매진해야 한다. 그런 리더십과 솔선수범을 통해 국민의 저력을 한 덩어리로 엮어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 지도층은 IMF의 경고를 듣고나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