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포동포동하고 쾌활한 늙은 요정이었다. 입에 문 파이프에서 나오는 연기는 화관처럼 머리를 둥그렇게 감쌌다. 볼은 장밋빛이었고 코는 체리 같았다.”
1822년 12월 23일 밤. 미국 뉴욕신학대 교수였던 클레멘트 무어는 성탄절을 앞두고 가족에게 시를 읽어 주었다. 모두 56행으로 된 ‘니콜라스 성자의 방문’이라는 이 시에는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지붕 위를 날아다니고, 굴뚝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처음으로 형상화됐다.
‘니콜라스 성자의 방문’은 1년 뒤인 1823년 12월 23일 뉴욕의 작은 신문인 ‘트로이 센티널’에 실렸다. 이날 트로이 센티널은 모두 팔렸고, 미국 전역의 신문 잡지가 이 시를 앞 다퉈 인용했다.
이 시가 나오기 전까지는 마음씨 좋아 보이는 인상의 산타는 없었다. 오히려 마른 체격에 어린이를 꾸짖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복장도 사제복이었고 말이 끄는 마차를 탔다. 산타클로스는 4세기 초 소아시아 지방의 성직자였던 성 니콜라스 주교에서 유래됐다. 그는 마음이 착해 가난한 집에 몰래 금화나 양식을 놓고 가곤 했다. 크리스마스와 상관없는 산타클로스의 전설은 미국 땅에서 열렬한 호응을 얻었고 새로운 이미지로 창조됐다.
산타가 빨간색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은 1931년 코카콜라 광고에서부터. 당시 코카콜라는 겨울철 콜라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고민하던 중 콜라를 마시는 산타를 생각해 냈다. 미국 화가 해든 선드블롬이 코카콜라의 로고색인 빨간색 옷을 산타클로스에게 입히고 콜라 거품을 상징하는 희고 풍성한 수염을 달았다.
빨간 코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루돌프 이야기는 1939년 미국의 로버트 메이라는 카피라이터가 고안한 것이다. 당시 시카고에 있던 몽고메리 워드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그는 성탄절 광고 아이디어로 루돌프를 만들어 냈다.
최근 유럽에서는 ‘안티 산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기독교의 기원이 아니라 산타클로스를 주인공으로 한, 쇼핑과 상술만 판치는 축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체코 광고 작가들의 모임인 ‘크리에이티브 카피라이터 클럽’은 “산타가 체코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풍습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1월에 개설한 ‘안티 산타 홈페이지’(www.anti-santa.cz)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산타 고 홈!(Santa go home!) 우리의 목표는 산타클로스를 그의 고향(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