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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된장녀 콘셉트는 루이 14세 때 시작…‘스타일나다’

입력 | 2006-12-23 02:59:00


◇스타일나다/조안 드잔 지음·최은정 옮김 342쪽·1만5000원·지안

20대 여성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는 구두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슈즈홀릭이다. 명품 구두 마놀로 블라니크를 구매하느라 방세를 내지 못하게 되자 자존심을 벗어던지고 옛 남자친구 빅을 찾아가고, 노상강도에게 현금과 보석을 주면서도 “내 마놀로는 안돼요”라고 말하는 그녀다.

이러한 그녀도 루이 14세 시대에 제화공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혹은 루이 14세가 오트 펌프스(Haute pumps·맞춤 구두)에 열광하지 않았다면 구두 대신 다른 패션 아이템을 택해야 했을지 모른다.

‘스타일나다’는 패션과 유행의 기원을 찾아간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우리가 말하는 ‘된장녀’ 콘셉트는 300년 전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 헤어드레서, 샴페인, 가로등, 쇼윈도, 패션브랜드, 패션잡지, 메트로섹슈얼, 우산, 커피전문점, 다이아몬드 열풍…. 이 모든 것이 루이 14세 통치 시기에 처음 만들어졌다. 특별한 순간에는 샴페인을 터뜨려야 한다거나 프랑스 와인이 매력적이라든가, 특정 브랜드를 걸치고 싶다든가, 이름난 헤어드레서에게 머리를 맡긴다는 등의 개념도 바로 이 시기에 생성된 풍조였다. 그리고 이 패션 시대의 시작에는 총지휘자 ‘태양왕’ 루이 14세가 있었다.

저자는 루이 14세 통치하에서 생겨난 각종 제도, 가치관, 상품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누리게 됐고 유럽 전역이 프랑스 음식, 패션, 디자인을 모방하게 되며 파리는 ‘유럽의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향수산업이다. 지금은 향수의 대명사로 샤넬 No. 5가 언급되지만 17세기 초반만 해도 향수의 최강국은 이탈리아였다. 17세기 프랑스 인문주의자 생 시몽이 ‘말년에 왕이 편두통으로 고생한 것은 향을 과다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기록한 것처럼 향기에 집착했던 루이 14세는 최초로 프랑스 향기조합에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특허장과 면세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극적인 발전을 이끌어냈다. 현재 수백억 달러어치의 향수 수출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유산이라는 것.

그렇다면 왜 루이 14세 시기였을까.

저자의 대답은 다소 단순하다. 루이 14세라는 걸출한 연출가가 등장한 결과라는 것이다. 왕의 심미안적인 취미와 이를 맞추려는 귀족들의 노력이 대중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며 전과는 다른 프랑스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루이 14세 개인에게 무게를 둔 감이 있지만 저자가 수집해 밝혀 놓은 각 패션 품목의 기원과 발전 과정 등을 좇아가다 보면 루이 14세와 관계없이 얼마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루이 14세가 애인에게 항상 유지하라고 명했던 ‘퐁탕주 스타일’이라는 머리 모양이 있다. 머리를 틀어 올려 곱슬곱슬한 컬을 아래로 내리는 것인데 오늘날 미스코리아를 통해 사자머리로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을 보면 루이 14세의 안목이 범상치 않긴 했던 모양이다. 원제 ‘The essence of style’(2005).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